골프에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기 위해선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등 모든 샷을 잘해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얘깁니다.
그럼에도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Driver is show, putt is money)이란 말이 있습니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적용되는 금언이라 여길 만합니다.

아무리 호쾌한 드라이버 장타를 치더라도 퍼팅 마무리가 서툴 경우 좋은 스코어는 물론 내기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거죠.
여론조사도 그렇습니다. 표본의 특성 파악에만 지나치게 연연해선 곤란합니다. 조사하고자 하는 대상 전체, 즉 표본을 통해 추론하고자 하는 모집단 특성 파악이 더 중요한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화려한 쇼에 해당하는 드라이버가 표본이라면, 좋은 스코어와 머니를 챙길 수 있는 퍼팅은 모집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에 위치한 달을 바라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손가락 끝에 표본이 위치하고 있다면, 저 멀리 달엔 모집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표본의 특성 파악에 머무르는 건 달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채 손가락 끝만 바라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샷이 퍼팅만큼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듯이 표본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하라는 게 아닙니다. 조사방법론의 핵심 및 궁극적 목적은 표본을 통해 모집단을 추론하는데 있습니다. 표본을 통해 얻어낸 조사결과는 모집단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입니다.
한국갤럽 주간 리포트 ‘데일리 오피니언’ 535호(23년 3월 4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35%, 국민의힘 34%란 정당 지지도가 나왔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표본의 특성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를 토대로 모집단, 즉 우리 국민 전체의 정당 지지도를 추론하는 것이 조사 목적입니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오차범위 ±3.1%p’란 이 때 사용하는 문구입니다. 만약 이번과 동일한 조사를 100번 실행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2~38%, 국민의힘 지지도는 31~37%로 나올 가능성이 95번이라는 얘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포인트 앞섰다고 환호하거나 안심할 일도 아니고, 국민의힘이 1%포인트 뒤졌다고 비관하거나 불안해 할 일은 아니란 겁니다. ‘표본’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그런 오해를 할 수 있겠죠. 궁극적 관심사인 ‘모집단’에선 지지도가 겹치기 때문에 양당 중 누가 우세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드라이버, 즉 표본이 아니라 퍼팅, 즉 모집단에서 앞서야 진짜 이긴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