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해가 밝았다. 총선을 전망하는 여론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그걸 어떻게 믿느냐고 반문하던 사람들조차 정당 지지율, 정당 후보 지지율, 여야 심판론 혹은 정부 지원론 대 견제론 조사결과로 판세를 가늠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대체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엔 응답자가 필요하다. 1회 조사 유효 응답자는 1,000명가량이지만, 무수히 많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응답자들이 꾸준히 참여해야 한다. 놀라운 건 그렇게 많은 조사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응답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예 끊어버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밤낮없는 여론조사 전화 폭탄이 일부에게만 제한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있는지, 조사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서 다시 참여할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통계나 검증 자료가 없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많은 연구가 실시되고 있고 또 널리 공유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전체적 추정이 어렵다고 한다.
지금까지 혹은 지난 1년간 여론조사 참여 경험이 있는지, 앞으로 참여 의향이 있는지 등을 측정한 여론조사는 간혹 있었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에 따르면, 조사원 면접방식에다 3일간 5회 이상 재접촉에도 불구하고 전화면접 성공률은 5%에 불과했다고 한다. 선거여론조사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4%에 달했지만, 응답 경험자를 대상으로 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때문에 실제보다 과장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응답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냉혹한 현실은 무응답률 증가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비(非)접촉과 거절이 뒤섞여 10% 미만 응답률이 보편적 추세가 되고 있다. 그마저 점점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정된 무리의 응답자들은 무수히 많은 여론조사 요청에 지치고 피로감이 누적돼 곧 다가올 총선에서 초토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나마 응답자 중 일부는 얼마 안 되는 사례비 유혹에 빠져 반복적으로 조사에 참여하는, 즉 응답 잘하는 ‘선수’ 혹은 응답 알바로 채워져 있다.
한정된 응답자의 반복 참여로 인해 조사결과 훼손
여론조사에 대한 참여 결정이 개인적 관심과 공감 성향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조사에 대한 즐거움이나 가치 인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관심이나 활동적 성향, 타인의 부탁이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공감 성향이 주요 변수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론조사 참여자 중 상당수는 남성, 고연령, 정치 관심층이다. 비(非)수신 또는 거절자를 대상으로 반복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성과 저연령대의 냉담한 반응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가령, 70대 이상 남성의 응답 성공률은 12.2%인데 반해, 30대 여성 성공률은 3.1%에 불과했다. 결국 다수의 여론조사가 극단적 정치 성향으로의 편향 가능성을 띠고 있다는 얘기다.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떠올리게 된다. 그 많던 응답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조한 여론조사 응답 경험과 무응답률 증가는 개별 연구자나 조사에 제한된 문제가 아니다. ‘공유재’ 혹은 ‘공유자원(Common Pool Resource)’ 측면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행정학사전에 따르면, 공유재란 공공재 가운데 경합성이 있지만 ‘배제 불가능한’, 즉 누구나 마음껏 수확할 수 있는 재화를 말한다. 소비는 경합적이지만 배제로 인한 비용 부담이 과중해 배제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다. 어업을 전형적 사례로 들 수 있다. 풍부하되 유한한 물고기를 어민이라면 누구나 수확할 수 있지만 다른 어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기적 제약이나 출어 횟수 및 일수, 어획량 등 규제가 없으면 공유재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다.
여론조사 응답률도 마찬가지다. 어떤 여론조사가 한정된 응답자 자원을 접촉하게 되면 다른 여론조사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복된 응답 참여로 인한 피로감과 매너리즘 때문에 여론조사의 두 가지 추론 중 하나인 응답의 솔직성 혹은 정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응답자는 연구자 혹은 조사기관이 언젠가 잡아먹기 위해 어장에 가두어둔 물고기 처지다. 어쩌면 그들 중 상당수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 조사에 응답하고 있는 사람 다수가 사실은 어제까지의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응답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한정된 소수의 응답자, 이들의 변함없는 의견으로 점철된 여론조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편향된 조사로 분류해야 한다. 그런 조사로 총선 판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건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