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3-12-14 14:00

단가 인상이 먼저일까, 품질 담보가 먼저일까

표본추출 및 질문지보다 비용이 더 중요 단가 인상에 상응하는 품질 확보 전제되어야

신창운

갈수록 저하하고 있는 조사 품질 제고를 위해 조사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케이스탯리서치 김창영 전무와 김지연 대표가 12월 8일 한국조사연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조사 품질에 미치는 요인: 조사 외부요인과 비용을 중심으로’라는 자료에서다.

발표자들은 조사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학술적 설명과 실제 현장 간 괴리를 지적하고 있다. 총 조사오차 개념에 의거해 조사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오차는 비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효율성을 중시하는 실제 조사 환경에선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기존의 조사 품질에 대한 논의가 조사자와 조사 대상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실제 현장에선 비용 대비 효율성을 원하는 고객과 예산 및 법적 제한을 강제하는 국가 등 외부요인의 영향력이 더 결정적”이라고 언급했다. 표본추출과 질문지 작성보다 비용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조사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경쟁에서 조사 단가가 결정적이라는 건 아니다. 표본추출과 질문지 관련 조사 설계(디자인), 수행 능력 및 인프라, 조사 경험 및 업력 등이 함께 평가되고 있다. 특히 조사 기획 및 설계 등 핵심 단계는 숙련된 고급 인력이 담당해야 하며, 합당한 비용이 할당되어야 한다.

정량적 요소인 조사 단가는 최저가 입찰이 기본이다. 낙찰이 최우선이지만, 그 다음엔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조사원 수당 등을 통해 최소 이윤을 확보해야 한다. 조사의 최전선에서 실사를 담당하는 조사원 통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품질 저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실제 현장이 모두 동일한 건 아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등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여의도 정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여론조사는 조사 단가가 절대적이다. 조사 품질은 안중에 없다.

최근 경험했던 사례다. 조사 관련 실비 혹은 최소한의 원가를 제시했더니 해당 금액의 70~80% 단가가 아니면 조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놀라운 건 그런 금액으로도 조사하겠다는 회사가 없지 않다는 거다.

학회 발표장에서 어떤 교수가 한탄을 했다. “10년 전, 아니 20년 전에 했던 조사 단가 인상 논의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꼬집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단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인 셈이었다.

조사를 의뢰하는 고객 입장이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조사 단가를 올리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조사 품질이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과 비슷하게 되어 버렸지만, 조사 품질에 있어서 단가의 중요성이 확인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다. “조사 비용이 전체 조사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라고 가장 저명한 조사방법론 전공 학자인 R. Groves 교수가 진작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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