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견품 위장 수입 후 ‘박스갈이’…오픈마켓서 정품 대비 80~90% 가격 판매
- 정부, 유해물질 검출 모델 수입·판매 금지 및 강제 회수 명령 조치 공식 발표

국민의 호흡기 건강을 보호해야 할 공기청정기 필터에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물질을 넣고 대규모로 유통한 밀수 조직이 사정 당국에 적발됐다.
관세청 인천공항세관은 해외 유명 가전 브랜드의 상표를 무단 도용한 위조 필터류 6만 9000점을 중국에서 몰래 들여와 시중에 유통한 혐의로 총책을 구속하고 공범들을 검찰에 넘겼다. 이번에 적발된 모조품들의 정품 시가는 무려 70억 원 상당에 달하며, 단속망을 피하기 위한 이들의 지능적인 수법과 유해 성분 함유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에 구속 송치된 국내 총책과 불구속된 공범들은 인천지방법원에 기소되어 관세법 및 상표법 위반 혐의로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세관 수사 결과 이들은 통관 검사를 교묘하게 피하려고 밀수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위장 전술을 펼쳤다. 처음에는 로고나 브랜드명이 전혀 적히지 않은 무지 박스에 제품을 담아 반입했으며, 세관의 감시를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명의 개인과 위장 사업자 명의를 빌려 소량의 자가 사용 물품이나 단순 상용 견본품인 것처럼 꾸며 수입 신고를 마쳤다.
이렇게 국내로 반입된 불법 물품들은 세관의 추적이 어려운 비밀 창고로 입고된 뒤 정품과 똑같이 제작된 포장재로 교체되는 이른바 ‘박스갈이’ 작업을 거쳤다. 이후 국내 대형 온라인 오픈마켓에 정품으로 위장해 등록됐다. 특히 이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면 소비자들이 위조품으로 의심한다는 심리를 교묘히 악용해 실제 정품 가격의 80%에서 90% 선으로 판매가를 책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단속에 걸려 판매 계정이 차단될 것에 대비해 수십 개의 판매자 아이디를 미리 확보해 두고 적발 시 다른 계정으로 곧바로 갈아타며 범행을 지속했다.
문제는 이 가짜 필터들이 미세먼지를 걸러주기는커녕 오히려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뿜어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세관이 압수한 5개 브랜드 10여 종의 위조 모델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 맡겨 정밀 성분 검사를 실시한 결과, 3개 모델에서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원인으로 밝혀졌던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다량 검출됐다. 이 물질들은 공기 중으로 흡입되거나 피부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호흡기 손상과 안구 자극, 피부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생활화학제품 안전기준상 전면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독성 가짜 필터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소관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즉각 강제 처분에 나섰다. 정부는 해당 유해 제품들을 안전기준 위반 물품으로 지정하고 즉각적인 수입 금지 및 판매 금지 처분을 내리는 한편, 이미 시중에 풀린 물량에 대해 전량 회수 명령을 발동했다. 또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연합회와 협조해 해당 판매자로부터 제품을 구매한 이력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즉각적인 사용 중단과 안전한 폐기 방법, 구체적인 환불 및 회수 절차를 긴급 안내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생활 용품의 해외 직구 및 밀수입 전반에 대한 통관 감시망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세관 당국은 관세청과 환경부 간의 실시간 데이터 연계 시스템을 가동해 공기청정기 필터처럼 밀폐된 실내에서 사용하는 생활화학제품군의 무작위 성분 분석 비율을 예년보다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타인의 정당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상표법 위반 행위를 넘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악질적 위조 상품 유통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한 형사 처벌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