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흉기 예고부터 10대 조롱 문화까지… 온라인 혐오, 학교와 플랫폼의 경계를 넘다
KrIGF ‘보안과 책임’ 트랙, 에브리타임 사례로 중소 플랫폼 규제 딜레마 논의
실명제·자동삭제 넘어 투명한 신고 절차와 다자 거버넌스가 해법으로 부상

허위·조작 정보와 혐오·차별 정보를 불법정보로 정의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 시행되면서 온라인 표현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개정법 시행 첫날부터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이 불분명하고 플랫폼에 광범위한 조치 권한이 부여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 대규모 플랫폼은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삭제·차단·노출 제한·계정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이 시행되기 닷새 전인 지난 2일 2026 제15회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에서는 이미 같은 질문이 토론대에 올랐다. ‘에브리타임의 혐오 문제와 중소 플랫폼 규제의 딜레마’를 주제로 열린 ‘보안과 책임’ 트랙 논의는 혐오 표현을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과, 플랫폼을 사실상 사적 검열 주체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충돌하는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토론의 핵심은 단순히 혐오 게시물을 지울 것인가가 아니었다.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익명성, 중소 플랫폼의 운영 부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였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혐오 표현 논란은 이미 여러 사건을 통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였다. 지난달 17일 성균관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호남 지역 출신 학생들을 겨냥한 흉기 예고 글이 올라왔고, 경찰은 공중협박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날 작성자인 20대 성균관대 재학생이 경찰에 자수하며 일단락 됐다. 익명 게시판 안의 혐오 표현이 실제 학내 안전 우려로 번진 사례였다.
비슷한 흐름은 10대 온라인 문화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초 10대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가상 공간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MBC ‘PD수첩’은 지난달 16일 방송한 ‘일베 이즈 백-다시 만난 일베’ 편에서 극우 커뮤니티식 조롱과 참사 희화화가 온라인을 넘어 현실 공간으로 번지는 현상을 추적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조롱과 혐오‥위험 수위 10대 문화’ 방송으로 5·18 민주화운동 조롱,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극우 밈 소비가 청소년 문화 안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를 다뤘다.
문제는 이런 혐오와 조롱이 특정 커뮤니티의 과격한 댓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 게시판, SNS, 게임 플랫폼, 교실 문화가 서로 연결되면서 혐오 표현은 농담과 밈, 놀이의 외피를 쓰고 확산되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이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플랫폼 중 하나다. 강의평, 시간표, 학내 정보, 익명 소통이 결합된 대학생활의 필수 인프라이면서도, 익명성과 폐쇄성이 혐오 표현의 증폭 장치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에브리타임, 문제는?

이날 토론 진행을 맡은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은 에브리타임을 단순한 학내 게시판이 아니라 대학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은 폐쇄형 인증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학교 인증을 통과한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정보 신뢰와 소속감을 높이는 강점이지만, 동시에 외부 감시와 견제가 어려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오 연구원의 지적이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전체 가입자 수가 732만 명을 넘는 독보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됐습니다. 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강의 정보 공유, 수강 신청, 진로 탐색, 익명 소통을 위해 이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소속 학교 학생들끼리만 소통하는 폐쇄형 인증 구조는 에브리타임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환경이 되기도 합니다. 익명성과 결합된 인증 시스템은 혐오와 차별을 증폭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오 연구원은 정부 규제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혐오와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교육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정책 검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직접 개입이 학생들의 소통 공간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토론의 출발점은 그래서 단순히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설계할 것인가’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직접 개입이 명백한 불법정보 유통 금지를 넘어 학생들의 소통 공간을 위축시키는 법률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반대로 중소 플랫폼을 규제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꼭 규제만이 정답인지, 규제가 정답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지 오늘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강의평 보러 들어갔다 혐오에 노출된다

이날 대학생 당사자 발제를 맡은 강수지 한국외대 학생(이하 강수지 학생)은 에브리타임이 왜 문제를 안고도 학생들이 떠나기 어려운 플랫폼이 됐는지 설명했다. 강수지 학생에 따르면 에브리타임은 누적 가입자 700만 명 이상, 월간 활성 이용자 300만 명 이상 규모로 성장했고, 대학생 필수 애플리케이션 조사에서도 압도적인 이용률을 보였다. 학생들은 강의평, 시험 정보, 교수 평가, 시간표 구성, 학내 사건·사고 파악, 동아리·축제 정보 공유를 위해 에브리타임에 접속한다. 혐오 표현을 보고 피로감을 느끼더라도 대체 플랫폼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 구조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이 교류하는 플랫폼이고, 학번 인증과 학교 인증 절차가 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폐쇄적인 플랫폼입니다. 학생들은 정보 교환, 시간표 구성, 학내 정보 파악을 위해 이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과목을 누르면 시험 팁이나 이미 들은 사람들의 리뷰까지 볼 수 있고, 시간표도 직접 구성해서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수강 신청 전에 거의 필수적으로 거치는 절차이고 저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강수지 학생은 에브리타임 이용을 단순한 습관이나 개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구조의 문제로 봤다.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하고 접속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글과 혐오 표현에 함께 노출되고, 이탈하고 싶어도 정보와 기능이 한곳에 묶여 있어 다시 접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수지 학생은 에브리타임 내에 ‘서열 짓기’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저는 이 현상이 개인의 의지 문제라기보다는 플랫폼 자체의 특성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만의 공간이라는 소속감도 있지만, 그 안에서 다시 서열 짓기가 일어나고 자기 과시나 타자화로 변질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강수지 학생은 에브리타임의 핵심 기능이자 가장 큰 문제로 게시판을 지목했다. 게시판은 학생들이 빠르게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는 통로지만, 동시에 관리자가 부재한 사각지대가 되기 쉽다. 학교·학과·캠퍼스 간 차별, 젠더 혐오, 지역 출신 차별 등은 특정 게시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용자들이 서로의 편향을 강화하는 에코체임버, 즉 폐쇄적 소통 구조 속에서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현상을 형성한다. 강수지 학생은 “게시판 안에서의 분위기가 마치 사회적 합의처럼 오인되고, 혐오가 내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말을 이어갔다.
“게시판은 가장 큰 기능이자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게시판을 개설하는 데 누군가의 승인이나 검토가 필요하지 않고, 원하는 주제로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자유는 소통을 활발하게 하지만, 관리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게시판은 사각지대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면 작은 게시판 안의 이야기가 사회가 합의한 이야기처럼 착각되는 현상도 발생합니다.”
신고 체계 역시 한계가 드러났다. 신고 누적에 따른 자동삭제와 이용 제한은 악성 게시물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신고 결과가 이용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제재가 풀리면 다시 같은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 이용자가 특정 의견을 집중 신고할 경우 혐오 표현이 아닌 소수 의견까지 삭제될 가능성도 있다. 강수지 학생은 이용자들이 규제 자체에는 일정 부분 찬성하면서도, 실명제나 전면 규제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우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 빠띠가 말한 ‘안전한 공론장’의 조건

도란(오인영)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 플랫폼팀 팀장은 안전한 플랫폼을 만드는 운영자의 관점에서 토론에 참여했다. 도란 팀장은 “빠띠가 시민들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디지털 공론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혐오·차별 없는 포용적 공간과 사실에 근거한 신뢰 가능한 플랫폼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강령과 운영 원칙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플랫폼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저는 시민들의 안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게 생업입니다. 안전한 플랫폼이란 혐오와 차별이 없는 포용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느 지역 출신이든, 성별이 어떻든, 신체가 어떻든 타고난 특성을 가지고 공격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안심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것이 포용적인 안전한 플랫폼이라고 봅니다.”
도란 팀장이 설명한 빠띠의 운영 방식은 혐오 표현의 자동삭제보다 맥락 판단과 투명한 절차에 가깝다. 신고가 접수되면 검토하지만 신고가 있다고 곧바로 삭제하지 않고, 신고가 없더라도 운영자가 게시물을 살핀다. 행동강령을 기준으로 사람이 맥락을 판단하고, 숨김 처리가 이뤄지면 신고자와 작성자 모두에게 결과를 알린다. 어떤 글이 가려졌을 때도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하기보다 행동강령에 따라 조치됐음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다만 빠띠 역시 운영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새롭게 생기는 혐오 표현을 계속 파악해야 하고, 겉으로는 욕설이 없지만 문맥상 조롱이나 공격이 되는 글도 판단해야 한다. 허위·조작 정보를 검증하는 일은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이고, 운영자 개인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내부 프로세스와 교육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도란 팀장은 “기술이 보조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플랫폼 운영의 핵심은 결국 어떤 공간을 만들겠다는 운영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저희가 모르는 혐오 표현은 계속 생겨납니다. 일상적인 단어처럼 보였는데 맥락상 요즘 혐오에 쓰이는 단어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욕설이 감지되면 운영자에게 알림을 주는 식으로 기술을 보조적으로 사용하지만, 바로 삭제하지는 않습니다. 시대가 변하니까 운영 원칙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판단이 어려울 때는 운영자들이 함께 논의해 결정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책임을 키우면 안전해질까… 중소 플랫폼이 마주한 규제 비용의 현실

함께 자리한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에브리타임 사례가 던지는 질문을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플랫폼에게 어디까지 법적 판단을 맡길 수 있는가’라고 봤다.
“에브리타임은 단순한 익명 사이트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평가하고 시간표를 만들고 학사 정보를 얻고 학교 친구들과 소통하는 필수 플랫폼이라는 거죠. 이용자들이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못 떠나는 이유는 이 플랫폼이 대학생활 안에서 디지털 인프라처럼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플랫폼에게 어디까지 법적 판단을 맡길 수 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김 실장은 신고 누적 게시물에 대한 자동삭제 방식의 역설을 짚었다. 악성 게시물을 빠르게 막는 기능은 있지만, 다수 신고가 소수 의견을 배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혐오 표현, 허위 정보, 풍자, 패러디, 공익적 비판의 경계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민간 플랫폼이 이를 일차적으로 모두 판단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판단이다. 특히 중소 플랫폼은 AI 필터링, 24시간 모니터링, 신고 검토, 이의신청 절차를 감당하기 위한 비용과 인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책임이 커질수록 플랫폼은 더 신중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입니다. 플랫폼이 잘못 판단했을 때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게시물은 빠르게 삭제하는 방향이 플랫폼에게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합리적인 표현까지 함께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실장은 규제 논의가 대형 플랫폼 기준으로 설계될 경우 중소 플랫폼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도 봤다. 명백한 불법 정보에는 신속히 대응해야 하지만, 혐오 여부처럼 사회적 맥락이 중요한 판단까지 모두 플랫폼에 맡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해법으로 정부, 플랫폼, 학교, 시민사회가 역할을 나누는 ‘다중 이해관계자 거버넌스’를 언급했다.
“플랫폼 정책은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 완화할 것인가의 이분법으로 접근하기보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명백한 불법 정보는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허위 여부나 혐오 여부처럼 사회적 맥락이 중요한 판단까지 플랫폼이 먼저 하도록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은 법원이 아니고, 최종적으로 무엇이 위법한 표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 절차와 공적 심의 체계가 담당해야 할 영역입니다.”
삭제 버튼 너머의 책임… 신고·통지·이의제기가 있는 플랫폼 거버넌스

이어 의견을 밝힌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는 혐오 표현 규제의 어려움을 먼저 짚었다. 그러면서 오 대표는 이 지점에서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혐오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불법물은 콘텐츠가 불법인지 아닌지 상대적으로 판단하기 쉬운 반면, 혐오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규정됩니다. 특정 콘텐츠를 보고 이것이 혐오 표현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가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플랫폼이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자가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느냐가 혐오 표현의 확산과 위축에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오 대표는 한국의 내용 규제 체계와 유럽의 공동규제 방식을 비교했다. 한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고 시정 요구를 하는 체계가 중심이지만, 유럽은 법이 절차를 정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행하며 정부가 감독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DSA는 플랫폼이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제한 같은 조치를 할 때 구체적 이유를 이용자에게 통지하고, 이의제기와 분쟁조정 절차를 열어두도록 한다는 점에서 에브리타임의 신고 누적 자동삭제 방식과 대비된다.
“디지털서비스법에 비추어 보면 현재 에브리타임의 시스템은 여러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신고가 누적되면 내용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게시물이 삭제되는 구조라면, 다수가 소수의 정당한 의견을 검열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제재를 받아도 구체적인 사유나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면 조치의 투명성이 부족한 것입니다. 플랫폼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제한할 때는 왜 그런 조치가 이뤄졌는지 명확하게 통지해야 이의제기도 가능해집니다.”
오 대표는 실명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정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본인확인 방식을 택할 수는 있지만, 법이 플랫폼 특성과 무관하게 실명제를 강제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에브리타임의 정보 독점이 이용자 이탈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곧 혐오 표현의 직접 원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핵심은 정보 독점 자체보다 검증된 익명성, 폐쇄형 인증 구조, 서열화된 대학 문화, 신고 및 조치 절차의 불투명성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있다.
“정보 독점이 깨지면 혐오도 줄어들 것이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가 에브리타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정보 독점이지만, 정보 독점이 혐오 발언의 근거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혐오 콘텐츠가 좋아서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검증된 익명성, 폐쇄형 인증 구조, 서열화의 문화 같은 요소를 시스템 설계와 정책 개선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날 토론을 종합하면, 이슈의 당사자인 대학생을 비롯해 각계 패널들은 에브리타임의 혐오 문제를 단순히 한 플랫폼의 관리 부실로만 보지 않았다. 강수지 학생은 이용자가 왜 문제적 공간을 떠나지 못하는지, 도란 팀장은 안전한 플랫폼이 어떤 운영 원칙 위에서 가능한지, 김 실장은 규제 강화가 왜 과잉삭제와 중소 플랫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오 대표는 삭제 이후의 절차와 투명성이 왜 중요한지를 각각 짚었다.
최근 방송 보도가 보여준 10대 조롱 문화와 에브리타임 흉기 예고 사건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혐오가 ‘표현의 자유’ ‘농담’ ‘밈’의 이름으로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혐오는 방치된다. 반대로 플랫폼이 모든 판단을 떠안으면 표현의 자유와 소수 의견이 위축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 역시 검열 논란과 중소 플랫폼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해법은 단일한 삭제 버튼이 아니라 책임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명백한 불법 정보에는 신속히 대응하되, 혐오와 차별을 줄이기 위한 행동강령, 투명한 신고 절차, 조치 사유 통지, 이의제기와 분쟁조정, 학교와 이용자의 참여, 시민사회의 감시와 교육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렇듯 에브리타임 논란은 한국 사회가 혐오를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표현의 자유와 플랫폼 다양성을 함께 지킬 수 있는 거버넌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지 묻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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