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3-07-31 14:43

‘무엇이든 물어보는’ 질문 유감          

여론조사 질문지 작성을 ‘예술(Art)’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어떤 경지에 이르기 힘든 영역이란 뜻이겠죠. 그래서 완성된 질문지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가 여의치 않고 절대적 기준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따져봐야 할 부분, 즉 질문지 작성 지침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응답자가 질문 내용을 숙지해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인가?”, …

신창운

여론조사 질문지 작성을 ‘예술(Art)’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어떤 경지에 이르기 힘든 영역이란 뜻이겠죠. 그래서 완성된 질문지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가 여의치 않고 절대적 기준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따져봐야 할 부분, 즉 질문지 작성 지침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응답자가 질문 내용을 숙지해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인가?”,  “응답자가  관심을 가질 만큼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문인가?”라는 두 가지 유의사항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특히 거시 경제나 산업 정책 또는 법제도와 관련된 여론조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질문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 사람들이 응답하기 어려을 뿐 아니라 일상 생활과도 관계 없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가령, 최저임금, 에너지 정책 등의 여론조사가 여기에 해당될 겁니다. 다음 4개 질문은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552호(23년 7월 4주), 그리고 전국지표조사(NBS) 리포트 101호(23년 7월 3주)에 포함된 질문입니다.

문)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시간당 9620원보다 240원  오른 986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귀하는 이번에 정한 최저임금에 대해 다음 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기항목 로테이션)

<보기> 1. 적정하다    2. 높다    3. 낮다

문)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십니까?  (보기항목 로테이션)

<보기> 1. 긍정적 영향   2. 부정적 영향   3. 영향 없을 것

문)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보기> 1. 원자력 에너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2.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문) 최근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하였습니다.  귀하는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위에 나열한 각각의 질문을 살펴보면,  일반 사람들이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응답할 수 있는 만큼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질문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위의 질문에 대해 충분히 답변할 수도 있는 사람들고 있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질문들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식으로 어떠한 질문이라도 다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조사 의뢰자가 요구하거나 원하면 그게 무엇이든 조사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의뢰자가 요청하는 질문이라 할지라도 조사 전문가답게 질문내용이 절절한지 판단해서  의뢰자를 상대로 설득하거나 거절할 수 있는 자존심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둘째, 응답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질문자 위주의 조사는 여론조사업계의 무의식적 관행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조사 현장(Field)에서 조사자와 응답자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거나 무관심하기 때문입니다. 응답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여론조사나 관련 질문으로는 여론을 올바르게 수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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