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2008년과 2012년 두 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정확히 예측한 경험을 토대로 ‘신호와 소음(The Signal & the Noise)’이란 책을 썼습니다. 어떤 분야든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선 수많은 관련 정보들 가운데 ‘신호’와 ‘소음’을 분별해서 ‘신호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클린턴 승리 확률 71%, 트럼프 승리 확률 29%란 예측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측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당선자를 예측한 게 아니라 두 후보의 승리 확률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했었죠.
실버의 예측 모델은 수많은 여론조사 정보들을 활용하는 ‘메타분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통계적 처치를 통해 신호에 가까운 예측치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더 이상 신호가 아니라 소음에 가까운 재료일지 모를 걱정스러운 일이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11월 초 실시됐던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실버의 예측모델이 공화당 승리 확률을 높게 제시했지만, 오히려 확률이 낮았던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거 예측 결과를 제시했던 웹사이트가 오류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투표일 이전 여론조사 정보들을 가지고 선거 예측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이나 정확성을 평가해 볼 기회가 아예 없는 셈이죠. 그럼에도 수많은 여론조사들이 자신의 조사결과가 최고인양 뽐내며 쉴새 없이 공표되고 있습니다. 조사 의뢰자나 조사기관, 언론사 모두 신호를 생산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여론조사는 신호와 소음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여론조사에 기초해 미래를 전망해도 괜찮을까요? 집을 구매하거나 주식을 사야 한다는 조사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에 대한 응답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 전망 여론은 또 어떻습니까.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오차범위 플러스마이너스 3.1%포인트’ 의미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을 믿어도 될까요.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는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들은 우리가 의사결정하거나 미래를 전망하는데 신호가 될 수도 있지만, 잡음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여론조사 결과가 신호이고 잡음인지 분별해 낼 수 있는 주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