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4-07-18 14:47

여론조사는 ‘특종’과 주인공에서 빠져라

재미없는 여론조사가 더 유효한 아이러니 받아들여야

김소현

언론에서 ‘특종(特種)’이라고 하면 다른 데서 미처 보도하지 않은 독창적이거나 비밀에 해당하는 뉴스를 말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정보로 언론인 혹은 관련 단체가 명성을 얻는데 크게 기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언론이든 특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론 여론조사가 동원되기도 한다. 가령, 제헌절을 맞아 “우리 국민 10명 중 8명가량이 공휴일 재지정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소개됐다. 미국에선 트럼프 피격 직후인 15~16일 실시된 조사에서 “국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미국민 80%가 동의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제각기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여론몰이에 나선 것도 특종을 노린 경우에 해당한다.

언론과 여론조사는 태생적으로 불화 관계에 가깝다. 여론조사를 통해 특종을 잡고자 하는 시도는 위험하다. 공휴일을 늘리는 것에 대해선 늘 찬성이 많다. 특정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향배가 바뀌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흉악한 범죄가 발생한 직후엔 사형제 찬성 의견이 높아지고, 동계올림픽 개최 직후엔 박지성 류현진보다 김연아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선수로 꼽힌다. 틀린 건 아니지만 정확한 여론도 아니다.

여론조사로 만들어진 뉴스는 재미가 없고 그래야 더 유효하다. 가령, 미국 대선 이후 극단주의자들이 폭력 행위를 저지를 것으로 우려하는 여론이 84%였다. 2개월 전, 즉 지난 5월 조사에선 74%가 이 같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누군가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인될 수 있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작년 6월엔 12%였는데, 그보다 낮아진 수치다. 트럼프 피격 이후 관련 이슈 여론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결국 15~16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만 소개하는 건 여론조사를 통해 특종을 노리는 행태로 봐야 한다. 동일 주제에 대해 최근의 다른 여론조사와 비교해 어떤 차이 혹은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재미없는 여론조사 기사나 뉴스가 더 유효하고, 주인공 혹은 주연보다 조연이나 감초 역할이 더 어울린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와 뉴스를 인용 보도하는 한국 언론도 예외가 아니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 즉 소 귀에 경 읽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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