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2-11-15 20:34

[역사로 보는 선거여론조사] 1992년 대선 ‘YS와 DJ 숙명의 대결’ ③ YS대세론 vs 역대세론

YS 대 反YS, “내가 나가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청와대 의뢰 한국갤럽 여론조사, 안기부 직원이 외부 유출 민자당 이종찬 후보측, “노태우 대통령이 YS를 몰래 지원” 민주당 김대중 후보,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 확정

현경보

1992년 3.24 총선이 막을 내리자 민자당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을 놓고 계파 간의 세 싸움이 치열했다. 총선 패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영삼 대표가 발 빠르게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했다. 민정계의 박태준 최고위원, 이종찬 의원도 후보 단일화 추진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대권후보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총선 패배 책임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영삼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YS 대세론’에 맞서 반YS 진영의 ‘역대세론’이 충돌했다. 양쪽 진영 모두 “내가 나가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YS는 DJ와 대결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자신뿐이라고 단언했다. 1987년 대선에서 자신이 DJ에게 앞섰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반YS 진영에서는 차기 대선이 김영삼-김대중-정주영 3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 YS가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반격했다.

반YS 진영에서는 이종찬 의원의 행보가 가장 활발했다. 박태준 최고위원, 박철언 의원 등과 막후 접촉을 벌이며 반YS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정지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의원은 지역감정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부권 뉴리더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등 중부권 지역에서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YS 진영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이 3자 대결 구도에서 각각 38%, 21%, 13%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YS로는 당선이 안 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 조사결과는 청와대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했던 여론조사의 결과였는데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외부에 유출되었다. 당시 한국갤럽은 14대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의뢰를 받아 매월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갤럽을 드나들던 안기부 직원이 조사결과를 몰래 가져가 YS의 아들 김현철에게 전달하면서, 그 내용이 조선일보에 보도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이 일로 한국갤럽 박무익 소장이 청와대에 불려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후일 박 소장은 당시 청와대 염홍철 비서관으로부터 “각하께서 87년 대선에서 정확한 여론조사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용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회고했다.

민자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은 예상외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5월 전당대회가 결정되면서 노태우 대통령이 YS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경선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결국 이종찬 후보가 '불공정 경선'이라며 경선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 후보 측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이 YS를 몰래 지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경선을 거부했지만 후보직은 사퇴하지 않았다. 전당대회는 5월 19일 예정대로 진행됐다. 전당대회에 불참한 이종찬 후보와의 대결에서 김영삼 후보가 전체 유효투표의 66.6%를 얻어, 민자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야권의 대선후보 윤곽도 일찌감치 드러났다.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는 5.15 전당대회에 단일후보로 출마하여 기립박수를 받으며 후보로 추대됐다. 민주당 김대중 후보도 5.26 전당대회에서 이기택 공동대표를 상대로 승리하여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마침내 제14대 대통령선거 본선 경쟁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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