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의 진단 범위를 규정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개념이 지나치게 넓어져 임상 현장에서 오진과 과잉진단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데임 우타 프리트 인지발달학 명예교수는 4일(현지시간) 의학 저널 사이콜로지컬 메디신(Psychological Medicine)에 실은 사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사설의 핵심은 자폐증 정의 자체가 시간이 흐르며 지나치게 확장됐다는 데 있다. 자폐증은 1940년대 처음 규정될 당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행동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소수의 아동만을 가리켰다. 그러나 이후 정의가 계속 넓어져 언어·학습 장애가 없고 특성이 비교적 경미한 사람들까지 포괄하게 됐다. 현재는 나이나 지능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한 진단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영국의 자폐증 진단율은 1960년대 아동 1만명당 약 4명에서 현재 학령기 아동 57명 중 1명꼴로 늘었다. 4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사설은 이런 증가의 배경으로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향상과 낙인 감소, 진단 기준의 해석 확대, 온라인에서 자신을 자폐증과 동일시하는 사람의 증가, 소셜미디어의 영향, 일상의 어려움을 의학적 진단명으로 설명하려는 문화적 변화 등을 꼽았다.
사설은 특히 조기 진단군과 후기 진단군 사이의 뚜렷한 차이에 주목한다. 조기 진단군은 대체로 언어·학습 장애를 동반한 채 어린 나이부터 뚜렷한 특성을 보이는 반면, 후기 진단군은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갖추고 불안이나 우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연구에서는 두 집단의 유전적 특성도 다르게 나타나, 이들이 실제로 같은 질환인지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진단 방식의 한계도 문제로 지목됐다. 자폐증은 아직 객관적인 생물학적 검사법이 없어 진단이 임상의의 판단과 당사자의 자기 보고에 크게 의존한다. 여기에 자신의 어려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마스킹’ 개념까지 더해지면서 진단 범위가 한층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설은 자폐증의 정의가 계속 확대되면 실제로는 다른 질환이 원인인데도 자폐증으로 진단하는 과잉진단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처음은 아니다. 프리트 교수는 지난 3월 4일 영국 교육전문지 테스(TES)와의 인터뷰에서도 “자폐 스펙트럼은 붕괴 직전”이라고 발언해 자폐인 커뮤니티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 사설은 당시 논쟁을 학술적으로 정리한 후속 성격이 짙다. 논쟁은 현재도 진행형으로, 일부 임상의와 연구자들은 진단 기준 확대가 과거 소외됐던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 긍정적 변화라며 반박하고 있다.
사설은 “자폐스펙트럼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는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지 못하면 사람들의 실제 필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한 지원도 잘못된 방향으로 이뤄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의 넓은 자폐스펙트럼 대신 특성이 비슷한 하위 집단을 명확히 구분해 개인별 지원 필요에 초점을 맞추고,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진단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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