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2026-06-20 13:19

전립선암, 폐암·위암 제치고 남성암 1위…10년 새 환자 2.6배 급증

국내 전립선암이 2023년 남성암 발생 1위로 올라섰다. 10년 새 환자가 2.6배 증가했음에도 국가암검진 체계에서는 제외돼 있어 PSA 조기검진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득 격차에 따른 진단 불평등 문제도 드러나 정책적 해법이 요구된다.

김희빈

전립선암이 국내 남성 암 발생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발표한 ‘2026 전립선암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만3천928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1만1천095명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2.6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립선암은 전체 남성 암 발생의 15.0%를 차지하며 폐암(14.5%)·위암(12.8%)을 제치고 남성암 발생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암 발생 순위에서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성암 1위 된 전립선암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제공)

단순한 고령화 효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인구 구조 변화를 보정한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2006년 인구 10만명당 21.1명에서 2023년 30.2명으로 17년 새 43% 증가했다. 이는 전립선암 자체의 질병 부담이 실질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별로는 60대와 70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2006년 대비 2023년 조발생률(특정 인구 집단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환자 비율) 증가율은 60대 51.0%, 70대 55.8%에 달했다. 50대도 25.2%나 늘었다.

문제는 전립선암이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배뇨 이상이나 통증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은 95% 이상으로 높아진다. 조기 발견이 사실상 치료 성패를 가른다는 뜻이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조기 발견 수단으로는 혈액검사 방식의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가 꼽힌다. 검사 방법이 간단하고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 학계는 50대 이상 남성의 정기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국가검진 체계를 통한 효과가 입증된 사례가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연구의 22년 장기추적 결과, 국가검진군이 임의검진군보다 전립선암 누적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낮았으며, 스웨덴은 이를 근거로 2018년 조직화된 전립선암 검사 지침을 마련했다.

유럽의 대규모 추적 연구에서는 정기 검진이 전이암을 34%, 사망을 13% 줄이는 결과가 도출됐고, 예테보리 연구에서는 2년 주기 검진으로 사망률이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전립선암 검진이 여전히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개인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비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이화의대 고영휘 교수(전립선암 국가암검진화 TF 위원장)는 임의검진에서는 사망률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국가검진 체계에서만 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구조는 소득 수준에 따른 진단 격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최상위 고소득층(20분위)의 전립선암 조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91.04명으로, 가장 낮은 7분위(27.03명)의 약 7배에 달했다. 학회는 이 같은 격차가 질환 자체의 차이보다는 검진 및 의료 이용 기회의 불평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생활습관과 기저질환도 발생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가진 남성에서 발생률이 높았고, 복부비만 남성은 정상군 대비 1.42배, 운동을 하지 않는 남성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남성보다 약 8.3%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30년 이상 장기 흡연자는 초기 흡연자보다 발생률이 5.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정병창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은 전립선암은 무증상 단계에서의 정기 검진이 조기 발견과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며, 국민이 거주 지역이나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적절한 시기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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