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신한국 창조’를 내세웠고,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이번에는 바꿉시다’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는 경제를 강조하며 ‘경제대통령론’을 펼쳤다.

민자당, 민주당, 통일국민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직후 5월 28일 맨 먼저 발표된 한국일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현재 거론 중인 대통령 후보들 가운데 김영삼 후보가 31%의 지지율로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김대중 후보가 22%로 추격했다. 다음으로 민자당 경선에 불참했던 이종찬 의원 15%, 정주영 후보 9%, 박찬종 신정당 대표 8% 순으로 이어졌다.
당선 가능성에서도 김영삼 대표가 63%로 김대중 후보의 1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호남에서도 김영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41%로 김대중 후보(30%)보다 높게 나왔다. 정당 지지도는 민자당과 민주당이 각각 27%, 25%로 서로 비슷했으며, 이어서 국민당 15%, 신정당 4%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부동층은 22%였다.
6월 들어 박찬종 신정당 대표가 대권 경쟁에 합류하면서, 김영삼-김대중-정주영-박찬종의 4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종찬 의원의 행보는 아직 불투명했다. 6월 19일 중앙일보가 월간중앙JOINS 대선 시리즈 첫 번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레이스 4자 대결 구도에서 김영삼 33%, 김대중 21%, 박찬종 15%, 정주영 10%를 기록했다. 중앙일보는 이변이 없는 한 12월 대선은 YS와 DJ의 양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정주영 후보는 박찬종 후보에게 5%포인트 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주영 후보 측에서 중앙일보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효영 통일국민당 사무총장은 중앙일보가 일간지와 월간지에서 대선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대통령선거법 위반'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했다.
1992년 6월까지만해도 언론사들이 후보자의 지지도를 조사하여 공표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공표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통일국민당이 중앙일보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주영 후보의 지지율이 박찬종 후보에도 못 미치는데다, 12월 대선이 YS와 DJ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는 보도내용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보도에 이어 7월에는 조선일보도 대통령선거법 위반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삼 민자당 후보 30%, 김대중 민주당 후보 19%, 박찬종 신정당 후보 13%, 정주영 국민당 후보 11% 순으로 나타났다. 6월 중앙일보 조사 결과와 흐름이 비슷했다. 정당 지지도는 민자당이 31%, 민주당 22%, 국민당 10%, 신정당 3%순이었다.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대통령선거법 위반' 논란
7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효영 통일국민당 사무총장의 질의에 대해, 중앙일보의 보도가 대통령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당선되거나 되지 아니함을 예상하는 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선거법 제65조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보도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나오자, 한국신문편집인협회에서는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와 조사결과 보도를 금지하고 있는 대통령선거법 제65조가 언론·출판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8월 1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와 관련해서 국회 정치특위가 곧바로 회의를 열어 현재 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일체 금지하도록 되어있는 조항을 완화하여, 후보자나 정당 명의가 아닌 여론조사는 허용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대해서는 정당마다 의견이 달랐다.
결국 1992년 11월 11일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후보자 지지도 여론조사가 허용되고, 여론조사 공표는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가능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는 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됐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선거운동 기간에는 여론조사 공표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