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노사는 물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여론조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듯합니다.

“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가 ‘MZ세대 의견만 들으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지시를 잘못 해석하거나 진의를 왜곡하는, 즉 윗선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과잉 충성'은 지난 세기 때의 관행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런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윗선의 가이드라인 때문에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문득 떠오릅니다.
필자가 근무했던 회사에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한 회장께서 보고를 받으면서 한 말씀 하셨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급여 및 복리후생 만족도를 왜 묻느냐”고, “많이 받을수록 좋은 월급을 물어봐서 만족하는 사람이 있겠냐”고 말입니다. 갑자기 조사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그 이후로는 직원만족도 조사 용역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흔한 팀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내외 여건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쇄신하는 등 조직 유연성 및 생산성 제고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팀제 도입이 필요한 부서/조직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었지만 막무가내였죠. 윗선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엄격한 상하관계와 조직문화가 필요했던 생산 및 제조 현장은 물론 전사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과장 혹은 부장이라는 직명을 팀장이란 이름으로 바꾸는데 그쳤지만 말입니다.
근로시간 개편의 큰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MZ세대, 즉 청년세대를 대상으로만 조사가 실시되더라도 제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기존 여론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대통령 지시가 있었으니 어떤 형태로든 조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참고로 한국갤럽이 14~16일까지 전국의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근로시간 개편안 찬성이 36%에 불과했습니다. 반대 56%, ‘모름·응답거절’ 8%였고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에선 취업자의 희망 근무시간이 1주일에 36.7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희망 근무시간이 짧았다고 합니다.
이같은 여론 환경이라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아무리 '개혁안'이라고 하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론을 수렴하더라도 근로시간 개편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되기 쉽상입니다.
올바른 노동개혁을 위해서는 전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국민 이해와 공감대 속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뒷북 소통' 노력을 지켜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