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임기 4년을 마친 오세정(70) 전 서울대 총장이 “21세기 학생을 20세기 교수들이 19세기 방식으로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며 “정보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어떻게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나”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여론조사 방법 역시 비슷한 처지라고 봅니다. 거칠게 말해, 20세기 교수들이 지금으로부터 거의 한 세기 전에 만든 조사방법을 사용해 21세기에 태어난 Z세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의 경우 미국과 달리 사회조사방법론을 전공한 교수가 희귀합니다. 대개 주전공이 따로 있는 교수들이 강의를 담당합니다. 게다가 한국 대학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조사방법론‘(E. Babbie, The Practice of Social Research) 교재의 영문 초판은 1973년에 집필된 것입니다. 판이 거듭될 때마다 추가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특히 2000년대 이후의 새로운 조사방식에 대한 반영이 미흡한 편입니다.
그 결과 사회조사 혹은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추론, 즉 질문을 통해 표본 대상자의 유효한 응답을 얻어내기 위한 제1추론과 모집단에 대한 표본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제2추론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오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타성에 젖어 폐쇄적이면서 재미도 없고 응답자의 일상과 분리된 자료수집, 그리고 비확률적 할당추출 방식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죠.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심각한 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조사 역사를 3단계로 구분 설명하고 있는 R. Groves 교수는 마지막 최신 단계에선 ‘디자인(Designed)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되 유기농(Organic) 데이터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20세기 조사방법을 버릴 순 없겠죠. 대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거기에다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자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비하면 여론조사 방법은 답보 혹은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