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3-12-20 15:30

【여론다움(20)】어제 응답했던 사람 다수가 오늘도 응답자

그 많던 응답자를 모두 먹었을지도 모른다 미래 모집단 유지 위한 협력방안 고민해야

신창운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연상하게끔 하는 논문을 최근 발견했다. Public Opinion Quarterly 83(S1), 2019: 280~288에 소개된 ‘응답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모두 먹었을지도 모른다(Where Have the Respondents Gone? Perhaps We Ate Them All)’가 그것이다.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주변에 늘려 있다. 무수히 많은 여론조사가 증명하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 공표되고 있는 여론조사만 하더라도 많은 응답자들이 조사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놀라운 건 그렇게 많은 여론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응답 경험이 있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혹은 지난 1년간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앞으로 참여 의향이 있는지 등을 측정한 여론조사는 간혹 있었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에 따르면, 조사원 면접과 3일간 5회 이상 접촉에도 불구하고 전화면접 성공률은 5%에 불과했다고 한다. 선거여론조사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4%였지만,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으로 인해 과장되었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있는지, 조사에 참여했던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시 참여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통계나 검증은 없다. 많은 연구가 실시되고 또 자료가 공유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전체적인 추정이 어렵다고 한다.   

위에서 소개한 논문은 현대 여론조사에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무응답률 증가 문제를 연구자 개인이나 개별 조사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지 않고 ‘공유재’ 혹은 ‘공유 자원’(Common Pool Resource) 측면으로 진단하고 있다. 

행정학사전에 따르면, 공유재란 공공재 가운데 경합성이 있지만 ‘배제 불가능한’, 즉 누구나 마음껏 수확할 수 있는 재화를 말한다. 소비는 경합적이긴 하나 배제에 따른 비용 부담이 과중해 배제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고, 이런 비(非)배제성 때문에 과소비와 공급 비용 귀착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어업을 전형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어민이라면 누구나 풍부하지만 유한한 물고기를 수확할 수 있지만, 다른 어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기적인 제약이나 출어 횟수 및 일수, 어획량 등 규제가 없으면 공유재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다.    

여론조사 분야 응답률도 마찬가지다. 어떤 여론조사가 한정된 응답자 자원을 접촉하게 되면 다른 여론조사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복된 응답 참여로 인한 피로감과 매너리즘 때문에 여론조사의 두 가지 추론 중 하나인 응답의 솔직성 혹은 정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응답자는 여론조사 연구자 혹은 조사기관이 언젠가 잡아먹기 위해 어장에 가두어둔 물고기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모두 먹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 조사에 응답하고 있는 사람 대다수는 어제까지의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응답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응답자를 먹었는지, 그리고 미래의 모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더 자세한 사항은 논문 원본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관련 태그:
공유하기: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