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한 정치인을 물러나라고 하면 특히 당사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다양한 경험과 단단한 내공으로 다져진 아까운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이에 발맞추기보다 과거 잘못된 행태를 꾸준히 재생산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때 전도유망한, 그리고 대권 목전까지 갔던 정치인이었기에 진한 아쉬움과 아련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응답률 15% 이하 여론조사는 발표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수치를 주장하는 건지, 조사 현장에서의 현실 적합성은 얼마나 고려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2011년 7월 전당대회 때 3억을 주면 10%는 조작해 주겠다고 제의한 어느 여론조사기관이 다시금 생각난다“면서 흘러간 옛노래를 다시 틀어대고 있다.
홍 시장을 비롯해 어떤 정치인이든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여론조사로 도움을 받거나 손해를 본 경험 말이다. 도움보다 손해를 받은 기억이 더 많은 것도 비슷하다. 여론조사 때문에 여당 대표가 되었다고 하면 펄쩍 뛰면서도, 여론조사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여론조사로 손해만 본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홍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의 이번 발언을 두고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순 없다. 그러나 툭하면 여론조사를 씹어대는, 그것도 10여년 전 미확인 사실을 수시로 끄집어내는 행태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더불어민주당 정 의원은 ‘여론조사 거짓 응답 유도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20대들은 죽으라고 (여론조사) 전화를 안 받는다. 받아도 여론조사라고 하면 끊어버린다. 여러분이 20대를 좀 해주십사“라고 말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르면, 당내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다수의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성별 연령별 등을 거짓 응답하도록 지시 권유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발언이 문제가 되자 정 의원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농담성 발언이었는데 진중치 못한 처신이었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알다시피 정 의원은 지난 2004년 노인 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미래는 20대, 30대들의 무대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잖아요.“
정치 혹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상상 이상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나 활동이 필요하고, 특히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원로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홍준표, 정동영 같은 정치인 말이다. 기대에 부응해도 시원찮을 판에 흘러간 옛노래를 불러대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