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시도지사,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는 대개 4점 척도로 이루어진다. 강한 긍정, 약한 긍정, 약한 부정, 강한 부정이 그것이다. 7월 29~31일 참여연대가 리서치뷰에 의뢰한 여론조사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및 22대 국회 의정에 대한 평가를 4점 척도로 묻고 있다. ‘매우 잘함’ ‘다소 잘함’ ‘다소 잘못함’ ‘매우 잘못함’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방식.
학계는 물론 대다수 조사기관이 그렇게 하고 있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의 직무 수행 평가 때 응답 항목 4개를 차례대로 불러주고 하나를 고르도록 할 텐데, 만약 무심한 상태에서 응답 항목을 2개만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다. 조사자가 기대하는 만큼 질문에 집중하는 응답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및 22대 국회 의정을 묻고 있는 참여연대-리서치뷰 조사에서의 ‘다소 잘함’과 ‘다소 잘못함’을 예로 들어보자. ‘조금 잘하는’ 대통령 혹은 국회와 ‘조금 잘못하는’ 대통령 혹은 국회 중 누가 직무를 잘 수행한 걸까. 자신의 직무를 ‘조금’ 잘하는 정치인이 나을까, ‘조금’ 잘못하는 정치인이 나을까. 정파성을 떠나, 즉 윤석열 대통령이든 이재명 민주당 대표든 비슷하지 않을까.
생뚱맞게 무슨 소리냐고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특정 질문이 양 방향을 묻는 건지 아니면 일 방향을 묻는 질문인지 잘 살펴야 한다. 인공지능 발전과 일자리 감소를 예로 들 수 있다. AI 발달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지 오히려 늘어날 것인지 묻는 경우는 양 방향인데 반해, AI 발달로 인한 일자리 감소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건 일 방향에 해당한다.
어떤 정치인이든 기본적으로 국가를 위해 또 정당을 위해 헌신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면, 해당 정치인의 직무 수행 평가는 얼마나 긍정적이냐를 묻는, 즉 일 방향이어야 한다. 만약 그런 믿음이 없거나 정치인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양 차원, 즉 중간(보통)을 중심으로 얼마나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결국 정치인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100%가 아니라 0%여야 한다는 게 필자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선 페이스북에서 몇 차례 다룬 적이 있다. 올 2월 1일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0%일까 –100%일까요’, 2월 10일자 ‘핵무기 실제 사용 위험 인식, 몇 점 척도가 좋을까요’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만약 정치인이 자신의 직무를 긍정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고 때론 부정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다고 전제한다면… 약한 긍정, 즉 ‘조금 잘하는’ 정치인보다 약한 부정, 즉 ‘조금 잘못하는’ 정치인이 직무 수행을 더 잘한 것이란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지 않을까.
대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3점 척도. 양 방향 대신 일 방향 혹은 단일 방향을 묻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직무 수행의 경우 0~10%에 가까운 응답 항목, 40~60% 전후, 90~100%에 가까운 응답 항목 세 개를 제시하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두 개의 질문으로 분리. 긍정 및 부정, 즉 잘하는지 혹은 잘못하는지를 먼저 묻고 그다음에 각각에 대해 얼마나 잘하는지 혹은 잘못하는지 그 정도를 묻는 형식이다.
어쨌든 척도형 질문을 할 때 관행적으로 4점 척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분별력과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