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떨어지면 판단력·반응 속도부터 저하…초기 신호 놓치면 의식 소실
운전 중 증상 나타나면 즉시 안전한 곳에 정차…당질 섭취 후 혈당 재확인
의식 흐린 환자에게 음식 먹이면 질식 위험…즉시 119 신고해야

운전 중 발생한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50분께 충남 논산시 계백로 강경도서관 인근 도로에서 40대 남성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1t 화물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SUV 운전자와 화물차 탑승자 2명 등 모두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SUV 운전자는 의식이 혼미하고 식은땀을 흘리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으며, 병원 이송 후 저혈당 쇼크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운전자에게서 음주나 약물 복용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저혈당이 단순한 허기나 피로를 넘어 운전자의 판단력과 반응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험성을 다시 환기한다.
저혈당이 찾아오면 초기에는 식은땀이나 손 떨림, 갑작스러운 공복감처럼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면 시야가 흐려지고 말과 행동이 어눌해지며, 결국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운전 중이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운전자는 어떤 신호를 알아차려야 하고, 도로 위에서 증상이 시작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식은땀·손 떨림 뒤 판단력까지 흐려진다

저혈당은 일반적으로 혈당이 70mg/dL 미만으로 내려간 상태를 말한다. 다만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수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평소 혈당이 높게 유지된 사람은 70mg/dL 미만이 아니어도 급격한 혈당 변화로 증상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저혈당을 자주 경험한 사람은 수치가 상당히 떨어질 때까지 별다른 경고 신호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혈당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몸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식은땀과 손 떨림, 가슴 두근거림, 불안감, 갑작스러운 허기, 창백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일종의 조기경보다. 문제는 운전 중 이런 증상을 에어컨 바람이나 피로, 긴장, 단순한 공복감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저혈당이 계속되면 뇌가 사용할 포도당도 부족해진다. 이때부터 어지럼증과 두통, 흐릿한 시야, 집중력 저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운전 상황에서는 차선을 유지하거나 신호를 판단하는 능력,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하는 능력, 돌발 상황에 반응하는 속도가 함께 떨어질 수 있다. 겉으로는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거나 말과 행동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혈당이 더 떨어지면 혼란과 이상 행동, 경련, 의식 소실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당분을 섭취하거나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를 의료적으로는 ‘중증 저혈당’이라고 한다. ‘저혈당 쇼크’는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가리킬 때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중증 저혈당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특히 인슐린이나 저혈당 위험이 있는 혈당 강하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평소 용량대로 약을 사용하고 식사를 거르거나 늦췄을 때, 예상보다 운동량이 많았을 때, 공복 상태에서 술을 마셨을 때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약물이 몸에서 평소보다 늦게 배출되는 경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뇨병을 오래 앓았거나 저혈당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저혈당 무감지증’도 살펴야 한다. 식은땀과 떨림 같은 전조 증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혈당이 잦아졌거나 이전과 달리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면 운전 여부를 포함한 치료 계획을 의료진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 배가 고프고 식은땀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상태를 저혈당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비슷한 증상은 탈수, 부정맥, 공황 증상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의식 변화, 흉통,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진료가 필요하다.
“조금만 더 가자”가 가장 위험…정차가 먼저다

운전 중 식은땀이나 손 떨림, 갑작스러운 허기, 어지럼증, 흐릿한 시야, 집중력 저하가 나타났다면 목적지나 휴게소까지 참고 가려 해서는 안 된다. 저혈당이 진행되면 자신이 위험한 상태라는 사실을 판단하는 능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비상등을 켜고 가능한 한 가까운 안전한 공간에 차량을 세워야 한다. 갓길 역시 2차 사고 위험이 있으므로 주차장이나 졸음쉼터 등 도로에서 분리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면 그곳에 정차한다. 다만 증상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면 무리하게 먼 곳까지 이동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안전지대를 선택한다. 정차한 뒤에는 시동을 끄고 혈당을 측정한다. 차량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주변 교통 상황과 2차 사고 위험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혈당이 70mg/dL 미만이고 의식이 또렷해 스스로 음식을 삼킬 수 있다면 빠르게 흡수되는 당질 15~20g을 섭취한다. 혈당을 바로 측정할 수 없더라도 인슐린이나 저혈당 위험이 있는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전형적인 증상을 보인다면 안전하게 정차한 뒤 저혈당에 준해 대처한다. 포도당 정제가 있다면 제품에 표시된 함량을 확인해 먹는다. 준비된 제품이 없다면 설탕이나 꿀 1큰술, 당질 15~20g이 들어 있는 일반 주스나 당이 든 탄산음료, 사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제품마다 당류 함량이 다르므로 영양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빵처럼 지방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응급식품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지방이 당의 흡수를 늦춰 혈당을 신속하게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맛이 나는 음식이면 무엇이든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무설탕 사탕이나 제로 음료 역시 혈당을 올릴 당질이 충분하지 않아 저혈당 처치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당질을 섭취한 뒤에는 15분간 휴식하고 혈당을 다시 측정한다. 여전히 70mg/dL 미만이거나 증상이 남아 있다면 같은 양의 당질을 한 차례 더 섭취한다. 혈당이 회복된 뒤 다음 식사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간식을 추가로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무작정 많은 음식을 먹으면 반대로 혈당이 지나치게 오를 수 있어 정해진 양을 섭취하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혈당이 저혈당 범위를 벗어났다고 곧바로 운전대를 다시 잡아서는 안 된다. 혈액 속 포도당이 회복된 뒤에도 집중력과 판단력, 반응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저혈당을 처치한 뒤에도 판단력과 반사신경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약 40분간 운전을 미룰 것을 권고한다.
따라서 혈당이 안정되고 떨림이나 어지럼증뿐 아니라 멍한 느낌과 집중력 저하까지 완전히 사라졌는지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심했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중증 저혈당이라면 다시 직접 운전하지 말고 가족이나 보호자의 도움을 받거나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의식 흐린 환자 입에 사탕 넣으면 오히려 위험

저혈당이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환자가 의식이 있는지, 음식을 안전하게 삼킬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의식이 또렷하고 대화가 가능하며 삼키는 데 문제가 없다면 운전을 중단시키고 안전한 곳에 앉힌 뒤 혈당을 확인한다. 저혈당이 확인되거나 전형적인 증상이 뚜렷하다면 앞서 설명한 당질 섭취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혼미하거나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사탕이나 주스, 물을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된다. 환자가 의식 없이 누워 있다고 해서 입안에 사탕을 넣거나 설탕물을 흘려 넣는 행동도 위험하다. 음식물이나 액체가 기도로 넘어가 질식이나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혈당에는 무조건 단것부터 먹이면 된다’는 대응은 환자의 의식 상태에 따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 먹을 수 없거나 의식이 없다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호흡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지 확인하고, 호흡은 있지만 의식이 없다면 구토물로 인한 질식을 막을 수 있도록 환자를 옆으로 돌려 눕힌다. 경련이 나타나면 억지로 몸을 붙잡거나 입안에 물건을 넣지 말고, 주변의 위험한 물체를 치워 머리와 몸이 다치지 않도록 한다.
환자가 호흡하지 않거나 정상적인 호흡으로 보기 어려운 상태라면 119 상황요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글루카곤 응급주사나 비강 투여제를 처방받아 가지고 있고 사용법을 미리 교육받은 가족이나 보호자라면 정해진 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이후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중증 저혈당이 발생한 원인을 확인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예방의 출발점은 ‘증상이 생기면 대처하겠다’가 아니라 ‘운전 전에 위험을 확인하겠다’는 원칙이다. 인슐린이나 저혈당 위험이 있는 혈당 강하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출발 전 혈당을 확인하고, 식사를 거르거나 늦춘 상태에서 운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평소보다 운동량이 많았거나 음주한 다음 날에는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혈당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포도당 정제나 사탕, 소용량 주스 같은 응급식품은 트렁크보다 운전석에서 손이 닿는 곳에 둔다. 다만 여름철 차량 내부는 온도가 크게 오를 수 있으므로 변질되기 쉬운 식품은 피하고 보관 상태와 유통기한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한다면 현재 수치뿐 아니라 혈당이 내려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추세 화살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장거리 운전 때는 중간에 쉬면서 혈당을 확인하고, 동승자에게 자신의 저혈당 증상과 응급식품 위치를 알려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저혈당이 반복되거나 경고 신호를 잘 느끼지 못한다면 스스로 약의 용량을 줄이기보다 의료진과 약물·식사·운동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저혈당은 개인의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동승자와 다른 도로 이용자의 안전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운전 전 ‘저혈당 안전 점검’
□ 식사를 거르거나 평소보다 늦추지 않았는가
□ 출발 전 혈당을 확인했는가
□ 최근 인슐린이나 혈당 강하제 용량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 평소보다 운동량이 많거나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아닌가
□ 포도당 정제·사탕·주스 등 응급식품이 손이 닿는 곳에 있는가
□ 응급식품의 유통기한과 차량 내 보관 상태를 확인했는가
□ 장거리 운전 중 휴식과 혈당 확인 계획을 세웠는가
□ 식은땀·떨림·허기·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정차한다는 원칙을 기억하고 있는가
□ 중증 저혈당이나 저혈당 무감지 증상이 있다면 의료진과 운전 가능 여부를 상의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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