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26’을 통해 안드로이드 XR(확장현실) 운영체제 기반의 AI 글라스 2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제품은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미국의 워비파커가 디자인을 맡은 두 모델이다. 젠틀몬스터 버전은 둥근 유선형의 실험적·대담한 감성을, 워비파커 버전은 각진 프레임의 클래식하고 일상 친화적인 스타일을 구현했다.

두 제품 모두 디스플레이는 탑재하지 않는 대신 마이크·스피커·카메라를 내장해 가볍고 세련된 안경 형태를 완성했다. 구글과 삼성이 지난해 12월 두 아이웨어 브랜드와의 협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실제 제품 외형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기능은 구글의 AI 어시스턴트 제미나이와의 연동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음성 명령만으로 길 안내를 받거나 주변 카페 추천 및 음료 주문까지 처리할 수 있다. 번역 기능도 고도화돼 대화 상대방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통역해 들려주며, 사용자의 시선이 향한 메뉴판이나 표지판의 텍스트도 즉시 인식해 번역 음성으로 제공한다.
수신된 메시지 요약, 음성만으로 캘린더 일정 등록, 카메라를 통한 즉석 촬영 기능도 탑재됐다. 이 AI 글라스는 독립 구동 기기가 아닌 갤럭시 스마트폰의 핵심 AI 기능을 핸즈프리로 확장하는 이른바 ‘컴패니언 기기’로 포지셔닝됐다.
삼성전자 MX사업부 김정현 부사장은 “이번 AI 글라스는 삼성의 AI 비전을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삼성의 모바일 리더십과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갤럭시 생태계 경험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샤람 이자디 구글 안드로이드 XR 담당 부사장은 “삼성의 하드웨어 리더십에 아이웨어 파트너사의 프리미엄 디자인을 더해 자연스러운 핸즈프리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경쟁 구도도 주목된다. 현재 AI 글라스 시장은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잡고 출시한 ‘레이밴 메타’ 시리즈가 점유율 85.2%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옴디아의 2026년 3월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AI 글라스 출하량은 870만 대로 전년 대비 322% 증가했으며, 올해는 1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AI 글라스 출시를 계기로 전 세계 갤럭시 AI 기기 보급 규모를 기존 4억 대에서 8억 대 수준으로 두 배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반기 예정인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폴더블폰과 함께 공개된 후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제품 사양과 가격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XR은 단일 제품에 국한된 운영체제가 아닌, 다수의 제조사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구글은 이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가 구축한 생태계 주도권을 AI 웨어러블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애플 역시 올 하반기 자체 스마트 글라스 공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AI 글라스 시장은 빅테크 간 본격적인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