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2023-02-06 16:21

국힘 당대표 관련 ‘엉터리 여론조사 보도’…여론 왜곡 우려

표본오차에 따른 조사결과 해석에 신중 기해야 순위 매기기 집중하는 ‘경마식 보도’ 지양해야

김태형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지난 3일 마감된 이후 처음 발표된 '당 대표 등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CBS 노컷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20여 개 언론사들이 앞을 다투어 6일 보도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분석한 결과 안철수 36.9%, 김기현 32.1%, 황교안 9.3%, 천하람 8.6%, 강신업 2.9%, 조경태 1.9%, 김준표 1.5%, 윤기만, 1.1%, 윤상현 0.7% 등의 결과가 나왔다.  

최고위원 적합도 조사에선 조수진 13.2%, 정미경 8.8%, 민영삼 8.0%, 허은아 7.9%, 김재원 7.4%, 김용태 5.3%, 태영호 5.1%, 김병민 4.8%, 박성중 2.9%, 이용 2.2%, 이만희 1.4%, 문병호 1.3%, 천강정 1.3%를 기록했다. 

한편, 청년 최고위원의 경우 장예찬 35.9%, 김가람 7.5%, 구혁모 5.0%, 김영호 4.3%, 이욱희 3.6%, 지성호 3.5%, 이기인 3.3%, 김정식 2.8%, 양기열 2.8%, 옥지원 2.6%, 서원렬 1.3% 등으로 나타났다.

위 조사결과를 근거로 CBS,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비롯한 20여 개 언론이 앞다퉈 발표한 '경마식 보도'가 참으로 볼 만하다. 

CBS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한 이번 당대표, 최고위원 등 적합도 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을 대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0% 포인트다.  표본오차가 ±5.0% 포인트라는 것은 후보들 간의 적합도 차이가 적어도 10%포인트는 벌어져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언론들이 오차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후보들의 순위를 규정해서 보도하는 말도 안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당 대표 조사에서 안철수, 김기현 두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보도는 맞는 해석이다.  하지만, 황교안(9.3%), 천하람(8.6%), 강신업(2.9%), 조경태(1.9%), 김준표(1.5%), 윤기만(1.1%), 윤상현(0.7%) 등 7명의 주자들은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이 중에 누가 앞선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천하람 두 후보가 4위 안에 들었다고 보도하는 오류를 범했다. 

최고위원 적합도에서도 조수진(13.2%), 정미경(8.8%), 민영삼(8.0%), 허은아(7.9%), 김재원(7.4%), 김용태(5.3%), 태영호(5.1%), 김병민(4.8%) 후보는 사실상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누가 더 적합하다고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하지만,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에선 조수진 후보가 선두라고 당당하게 보도했다. 

청년 최고위원 적합도에서 장예찬 후보는 35.9%로 김가람(7.5%), 구혁모(5.0%) 등에 비해 30% 포인트 정도의 리드하기 때문이 당연히 선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 후보를 제외하고는 후보들의 우위를 가릴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의 지역별 여론조사 분석 보도다. 

중앙일보의 경우 당 대표 적합도 결과를 분석하며 "지역별로는 안 의원이 수도권과 TK(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에서도 모두 김 의원에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안 의원은 40.1%, 김 의원은 29.6%를, 인천‧경기에서 안 의원은 37.4%, 김 의원은 34.3%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안 의원이 37.9%로 김 의원(33.1%)을 앞섰다. '윤심(尹心)'과 가장 가까운 후보로 알려진 김 의원이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영남권에서도 안 의원에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조사결과를 단순히 퍼센트 수치로만 보면 서울 지역에서  안철수 40.1%, 김기현 29.6%로  두 후보의 적합도 차이가 10.5% 포인트로 나타났다. 언뜻 보면 서울 지역에서 두 후보의 적합도 차이가 상당히 큰 것 같지만, 사실은 통계적으로 볼 때  아무런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 대상의 조사라고 하지만 조사결과를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분석할 경우, 서울 지역의 조사 사례수는 79명에 불과하다. 79명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지역 여론조사에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1.0% 포인트에 이른다. 두 후보 사이에 적어도 22%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서울 지역에서 안철수, 김기현 두 후보의 당대표 적합도가 10%포인트 정도 차이를 보인다고 해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  하지만, 중앙일보를 비롯해 세계일보 등 여러 언론에서 지역별로 두 후보의 적합도를 비교해 가며  누가 앞서고 누가 뒤쳐진다고 제멋대로 해석했다.

한마디로  '엉터리 여론조사 보도'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론 왜곡의 우려가 매우 크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당대표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적합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조사에 걸맞게 사례수를 적절하게 늘려야 한다. 조사비용이 더 들더라도.    

기자들 또한 조사결과를 기사화할 때는 적어도 조사대상 사례수 정도는 파악해서 조사결과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소한 몇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라는 것이라도 보도내용에 밝히는 것이 독자나 수용자에 대한 기본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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