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지난 3일 마감된 이후 처음 발표된 '당 대표 등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CBS 노컷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20여 개 언론사들이 앞을 다투어 6일 보도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분석한 결과 안철수 36.9%, 김기현 32.1%, 황교안 9.3%, 천하람 8.6%, 강신업 2.9%, 조경태 1.9%, 김준표 1.5%, 윤기만, 1.1%, 윤상현 0.7% 등의 결과가 나왔다.
최고위원 적합도 조사에선 조수진 13.2%, 정미경 8.8%, 민영삼 8.0%, 허은아 7.9%, 김재원 7.4%, 김용태 5.3%, 태영호 5.1%, 김병민 4.8%, 박성중 2.9%, 이용 2.2%, 이만희 1.4%, 문병호 1.3%, 천강정 1.3%를 기록했다.
한편, 청년 최고위원의 경우 장예찬 35.9%, 김가람 7.5%, 구혁모 5.0%, 김영호 4.3%, 이욱희 3.6%, 지성호 3.5%, 이기인 3.3%, 김정식 2.8%, 양기열 2.8%, 옥지원 2.6%, 서원렬 1.3% 등으로 나타났다.
위 조사결과를 근거로 CBS,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비롯한 20여 개 언론이 앞다퉈 발표한 '경마식 보도'가 참으로 볼 만하다.
CBS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한 이번 당대표, 최고위원 등 적합도 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을 대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0% 포인트다. 표본오차가 ±5.0% 포인트라는 것은 후보들 간의 적합도 차이가 적어도 10%포인트는 벌어져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언론들이 오차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후보들의 순위를 규정해서 보도하는 말도 안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당 대표 조사에서 안철수, 김기현 두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보도는 맞는 해석이다. 하지만, 황교안(9.3%), 천하람(8.6%), 강신업(2.9%), 조경태(1.9%), 김준표(1.5%), 윤기만(1.1%), 윤상현(0.7%) 등 7명의 주자들은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이 중에 누가 앞선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천하람 두 후보가 4위 안에 들었다고 보도하는 오류를 범했다.

최고위원 적합도에서도 조수진(13.2%), 정미경(8.8%), 민영삼(8.0%), 허은아(7.9%), 김재원(7.4%), 김용태(5.3%), 태영호(5.1%), 김병민(4.8%) 후보는 사실상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누가 더 적합하다고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하지만,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에선 조수진 후보가 선두라고 당당하게 보도했다.

청년 최고위원 적합도에서 장예찬 후보는 35.9%로 김가람(7.5%), 구혁모(5.0%) 등에 비해 30% 포인트 정도의 리드하기 때문이 당연히 선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 후보를 제외하고는 후보들의 우위를 가릴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의 지역별 여론조사 분석 보도다.
중앙일보의 경우 당 대표 적합도 결과를 분석하며 "지역별로는 안 의원이 수도권과 TK(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에서도 모두 김 의원에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안 의원은 40.1%, 김 의원은 29.6%를, 인천‧경기에서 안 의원은 37.4%, 김 의원은 34.3%를 기록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안 의원이 37.9%로 김 의원(33.1%)을 앞섰다. '윤심(尹心)'과 가장 가까운 후보로 알려진 김 의원이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영남권에서도 안 의원에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조사결과를 단순히 퍼센트 수치로만 보면 서울 지역에서 안철수 40.1%, 김기현 29.6%로 두 후보의 적합도 차이가 10.5% 포인트로 나타났다. 언뜻 보면 서울 지역에서 두 후보의 적합도 차이가 상당히 큰 것 같지만, 사실은 통계적으로 볼 때 아무런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 대상의 조사라고 하지만 조사결과를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분석할 경우, 서울 지역의 조사 사례수는 79명에 불과하다. 79명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지역 여론조사에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1.0% 포인트에 이른다. 두 후보 사이에 적어도 22%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서울 지역에서 안철수, 김기현 두 후보의 당대표 적합도가 10%포인트 정도 차이를 보인다고 해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 하지만, 중앙일보를 비롯해 세계일보 등 여러 언론에서 지역별로 두 후보의 적합도를 비교해 가며 누가 앞서고 누가 뒤쳐진다고 제멋대로 해석했다.
한마디로 '엉터리 여론조사 보도'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론 왜곡의 우려가 매우 크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당대표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적합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조사에 걸맞게 사례수를 적절하게 늘려야 한다. 조사비용이 더 들더라도.
기자들 또한 조사결과를 기사화할 때는 적어도 조사대상 사례수 정도는 파악해서 조사결과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소한 몇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라는 것이라도 보도내용에 밝히는 것이 독자나 수용자에 대한 기본 예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