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론조사, 실태와 한계 그리고 미래’(2023:121)에 따르면, 여론조사를 통해 측정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수행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기보다 정치적 지지 여부에 가깝다고 합니다. ‘실질적 잣대’라는 느낌보다 ‘명목적 이미지’ 비중이 더 우세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대통령 지지율에 민감한 건 집권 세력의 권력 크기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지율 밀어올리기 혹은 끌어내리기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그랬지만, 지지율이 높으면 정부 여당의 정책 주도력이 강해지는 반면, 낮으면 국정 추진력이 위축되기도 합니다.
장모 구속, 잼버리 파행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높아졌답니다.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신문에선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하더군요. 첫째, 총선을 앞두고 진영 논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 둘째, 민주당의 부정적 이슈가 악재를 희석했기 때문. 셋째, 휴가철이라 젊은 층이 표집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은 늘 그렇듯이 인과관계와 무관합니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끄떡없는 건 휴가라는 변수 때문이랍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휴가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거나 “휴가철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튀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상례”라고 하더군요.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속엔 온갖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습니다. 어떤 요인이 더 강하게 영향을 미쳤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동일 요인이 호재인지 악재인지도 불분명합니다. 가령, 대통령 해외 순방은 어떤가요. 소위 전문가들에 따르면, 순방 이후 지지율이 오르면 호재, 내리면 악재로 둔갑합니다.
대통령 휴가는 또 어떻습니까.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그대로이거나 올랐기 때문에 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만약 지지율이 떨어졌다면 휴가로 인한 부재 중이었기 때문에 악재라는 겁니까. 대통령 휴가까지 고려해서 국정 운영 여부를 평가하는 응답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조사결과에 끼워 맞추는 식의 해석이나 상상력이 전문가 및 정치평론가들의 고유 영역이고 특권인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인과관계 대신 상관관계 등을 고려하는 최소한의 분석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령, 역대 대통령 지지율에 악재 및 휴가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교 분석하는 정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