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트·전선·문턱부터 욕실 손잡이까지…익숙한 집 안에 숨어 있는 낙상 위험
- 밤중 화장실 가는 길 특히 주의…침대 옆 조명·복도·실내화도 점검
- 집 정리만으로 끝 아니다…하체 근력·시력·복용약까지 함께 살펴야

부모님 집을 둘러보자. 현관에는 자주 신는 신발과 슬리퍼가 놓여 있고, 거실에는 작은 매트가 깔려 있다. 소파 옆 충전선이 바닥을 가로지르고 방문에는 몇㎝ 높이의 문턱도 있다. 밤중에 화장실을 갈 때는 침대에서 일어나 어두운 복도를 몇 걸음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젊은 사람에게는 익숙하고 별것 아닌 집 안 풍경이지만 걸음이 느려지고 시력과 균형감각이 떨어진 고령자에게는 하나하나가 넘어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0월 2일은 노인복지법이 정한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날을 맞아 건강검진이나 영양제 선물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매일 생활하는 집 안에 위험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
특히 고령자에게 낙상은 가벼운 사고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5.6%가 지난 1년간 낙상을 경험했고, 낙상 경험자의 평균 횟수는 1.9회였다. 낙상 후 병원에서 치료받은 비율은 58.5%에 달했다. 응급실을 찾은 낙상 환자 약 2만6000명 가운데 70세 이상이 35.3%(2024년 기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연령대 낙상 환자의 38.4%가 입원했고 2.8%는 사망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낙상이 낯선 외부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낙상을 경험한 노인의 54.6%는 집 안에서도 넘어진 경험이 있었다. 낙상이 발생한 장소를 보면 인도·도로·공원이 43.2%로 가장 많았지만 자택의 화장실·욕실 18.9%, 거실 17.9%, 방 13.0%, 계단 9.1% 등 평소 가장 익숙한 공간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관에서 거실, 욕실, 침실까지 부모님이 실제로 움직이는 길을 따라 딱 10분만 걸어보자. 걸리고, 미끄럽고, 어두운 것을 하나씩 없애는 것이 낙상 예방의 출발점이다.
거실: 카펫·전선·문턱부터 보자

부모님 집에 들어갔다면 먼저 현관에서 평소 가장 많이 앉는 소파까지 걸어보자. 이때 집이 깨끗한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발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바닥을 가로지르는 휴대전화 충전선과 멀티탭, 작은 러그, 들뜬 카펫 모서리, 낮은 발판이나 탁자, 신문과 상자 등이 대표적이다. 방문이나 베란다로 이어지는 낮은 문턱도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발을 충분히 들어 올리지 못하면 걸려 넘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가정 내 낙상 예방을 위해 바닥의 전선과 물건, 수건·이불·상자·낮은 가구 등을 이동 통로에서 치우고 가능하면 방과 현관의 문턱을 없애도록 권고한다. 방과 거실, 주방에 물이나 기름이 떨어졌다면 바로 닦는 것도 중요하다.
카펫이나 매트라고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다. 미끄럼 방지 기능 없이 바닥에서 움직이거나 모서리가 들뜨는 제품이라면 오히려 발에 걸릴 수 있다. 꼭 필요하다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자주 들뜨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현관도 확인한다. 신발과 실내화가 이동 경로에 흩어져 있지 않은지,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곳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실내에서 신는 신발은 발에 잘 맞고 밑창에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것이 좋다.
결국 첫 번째 점검 기준은 ‘집이 얼마나 잘 정돈돼 있나’가 아니다. 부모님이 발을 크게 들어 올리거나 장애물을 피해 방향을 바꾸지 않고도 걸을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욕실: 미끄러운 바닥보다 더 살펴야 할 것

욕실은 고령자 낙상 점검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공간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자료에서도 자택 내 낙상 장소 가운데 화장실·욕실의 비중이 18.9%로 가장 높다. 물기가 있는 타일은 쉽게 미끄러워지고, 옷을 입고 벗거나 앉았다 일어서고 방향을 돌리는 동작도 반복된다.
따라서 욕실에서는 바닥만 볼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동작을 따라가 봐야 한다. 변기에 앉았다 일어날 때 무엇을 잡는지, 샤워공간이나 욕조를 드나들 때 높은 턱을 넘어야 하는지, 젖은 발로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매트가 움직이지 않는지를 확인한다. 화장실 사용 후 물기가 오래 남는 구조인지도 살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화장실 사용 뒤 바닥 물기를 바로 제거하고, 변기 옆과 욕조 벽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타일과 장판에는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제품이나 미끄럼 방지 스티커·매트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손잡이 위치도 중요하다. 고령자가 변기에서 일어서며 세면대나 수건걸이를 잡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시설물이 체중을 지탱하도록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몸을 지지할 목적이라면 벽에 단단히 고정된 안전손잡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놓치기 쉬운 것이 밤중 화장실 이용이다.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이동했는데 입구에 도착해야 조명 스위치를 찾을 수 있다면 그 몇 걸음이 위험해질 수 있다. 욕실 안전점검은 미끄러운 바닥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침대에서 화장실로 들어와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까지의 전체 동선을 살피는 과정이어야 한다.
침실과 복도: 밤에 화장실 갈 때가 문제다

낮에는 아무 문제가 없던 집도 불이 꺼지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질병관리청은 침대에서 발생하는 낙상이 어두운 침실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급하게 일어나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침실과 욕실, 계단, 모서리 등 어두운 곳을 밝게 하고 침대 바로 옆에 조명을 두어 곧바로 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권고한다.
직접 시험해 보는 방법이 가장 쉽다. 부모님이 잠든 침대에서 출발해 화장실까지 걸어가 본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손을 뻗어 조명을 켤 수 있는가. 안경을 쓰는 부모라면 안경이 손에 닿는 위치에 있는가. 침대 주변에 이불이나 옷가지가 내려와 있지는 않은가. 복도를 지날 때 작은 탁자나 화분, 가구 모서리를 피해야 하지는 않는가. 실내화가 헐거워 발에서 빠지거나 밑창이 닳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한다.
침대 높이도 살펴볼 부분이다. 너무 높으면 내려올 때 중심을 잃기 쉽고, 지나치게 낮으면 일어서는 과정에서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을 때 안정적으로 발을 바닥에 딛고 일어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잠에서 깬 뒤 급하게 일어나는 습관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 갑자기 일어서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기립저혈압을 낙상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급격한 자세 변화를 피하도록 권고한다.
밤중에 화장실이 급하더라도 먼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몸 상태를 확인한 뒤 천천히 일어서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예쁜 간접조명보다 중요한 것은 눈을 뜬 순간부터 화장실까지 어둠 속에서 걷는 구간을 없애는 것이다.
집만 고쳐서는 끝이 아니다

집 안의 매트를 치우고 손잡이를 설치했다고 낙상 예방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넘어지는 데에는 주거환경뿐 아니라 몸의 상태도 영향을 미친다. 질병관리청은 낙상 위험요인으로 보행장애가 있는 질환, 기립저혈압, 4가지 이상 약물 복용, 발의 이상이나 부적절한 신발, 시력 저하, 집 안의 낙상 위험요인 등을 꼽는다. 여러 위험요인이 겹칠수록 낙상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먼저 살펴볼 것이 하체 근력과 균형감각이다. 낙상 예방 운동은 근력 강화와 유연성, 균형감각 향상이 기본이다. 특히 다리 근력 운동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주 2~3회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걷기와 자신의 신체 수준에 맞는 하체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보행에 어려움이 있거나 질환이 있다면 무리해서 운동하기보다 의료진이나 전문가와 운동 강도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시력도 확인해야 한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안경 도수가 맞지 않으면 바닥의 턱이나 작은 물체를 뒤늦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물체가 잘 보이지 않거나 거리감이 달라졌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시력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복용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약물 자체를 무조건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부 약물로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안정제와 근육이완제, 일부 고혈압약 등을 예로 들며 복용 중인 약을 의료진에게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약물을 여러 종류 복용하는 것도 낙상 위험을 살펴볼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최근 약이 추가되거나 바뀐 뒤 어지럼증이 생겼다면 처방한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현재 복용하는 약 전체를 알려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만 낙상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혈압약이나 수면제 등 처방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된다.
부모님 집 ’10분 낙상 안전점검’
1. 현관에서 거실까지 바닥에 발이 걸릴 물건이 없는가
2. 러그·매트가 움직이거나 모서리가 들뜨지 않는가
3. 전선·멀티탭이 주요 이동 통로를 가로지르지 않는가
4. 방문·현관·베란다에 발이 걸릴 문턱이 있는가
5. 욕실 바닥에 물기가 오래 남거나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가
6. 변기·샤워공간 주변에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손잡이가 있는가
7.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바로 조명을 켤 수 있는가
8.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이동하는 복도가 충분히 밝은가
9. 실내화가 헐겁거나 밑창이 닳아 미끄럽지 않은가
10. 최근 어지럼증·시력 변화·복용약 변경이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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