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두 회사를 하나로 합칠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BC 방송은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테슬라 직원들 사이에서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돼 왔다. 현재 두 회사 사이에는 인사 교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두 회사의 경영 구조는 이미 깊이 맞물려 있다. 머스크 CEO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이사회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DBL 파트너스 설립자 아이라 에렌프라이스도 양사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안토니우 그라시아스 등 스페이스X 현직 이사진은 과거 테슬라 이사회에 몸담았던 인물들이며, 찰스 쿠만은 두 회사에서 동시에 재료공학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머스크 CEO의 동생 킴벌 머스크도 스페이스X 이사를 지낸 뒤 현재 테슬라 이사회에 자리하고 있다.
돈의 흐름도 두 회사를 단단히 묶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1월 16일 머스크 CEO의 AI 기업 xAI에 20억 달러(약 3조 7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후 스페이스X가 2월 2일 xAI를 인수하면서, 테슬라의 xAI 지분은 스페이스X 주식으로 자동 전환돼 테슬라가 스페이스X의 주주로 편입됐다.
스페이스X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청서(S-1)에도 양사의 거래 내역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xAI는 2024~2025년 테슬라의 대용량 배터리 시스템인 메가팩을 6억 9,700만 달러(약 1조 477억 원)어치 구매했다.
2025년에는 테슬라의 픽업트럭 사이버트럭도 정가 기준으로 1억 3,100만 달러(약 1,97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올해 3월에는 테슬라·스페이스X·xAI 세 회사가 텍사스주 기가팩토리 인근에 약 34조 원(2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동 생산시설 ‘테라팹(Terafab)’을 함께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합병 논의가 다시 주목받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스페이스X의 증시 상장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일 SEC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하고 나스닥에 ‘SPCX’ 티커로 상장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상장 목표 시점은 다음 달 12일로 알려졌다. 앞서 스페이스X는 올해 2월 xAI를 인수하며 기업가치를 1조 2,500억 달러(약 1경 8,750조 원)로 평가받은 바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가 상장한 뒤 테슬라와 합병할 가능성을 80~90%로 내다봤다. 그는 “머스크 CEO의 최종 목표는 두 회사를 하나로 묶어 AI 생태계를 장악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가 상장되면 공식 기업가치가 확정되고, 그래야 주식 교환 비율 같은 합병의 기술적 조건도 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IPO가 합병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머스크 CEO 본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BC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X 지분 약 43%를 갖고 있어, 10% 초중반대로 추정되는 테슬라 지분을 크게 앞선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그는 전기차·AI·우주·로봇을 한 손에 쥔 거대 기업의 총수가 된다.
그러나 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다. 거버 가와사키 웰스 매니지먼트의 로스 거버 CEO는 “이건 대등한 합병이 아니라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사실상 집어삼키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이해충돌 소송 가능성도 경고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반독점보다는 양사 주주의 이익 충돌, 모회사 결정 방식, 주식 교환 비율 산정 등이 더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 자신도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 주주와 스페이스X 주주 양쪽의 이익을 모두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복잡성을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