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평균 수출 62.9% 급증… 대중국 수출 94% 껑충
- 반도체 비중 40% 돌파 속 자동차·부품은 부진

수출전선에 전례 없는 기록적 폭풍이 불어닥쳤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중순 집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조업일수가 감소하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하루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우리 수출 생태계의 체질적 변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은 549억 3,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427억 1,500만 달러로 20.0% 증가에 그치며, 무역수지는 122억 1,900만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해당 집계 기간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도달해 보지 못한 사상 최고의 수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단순한 착시 효과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물량 공급이다. 올해 해당 기간의 조업일수는 14.5일로 지난해(15.5일)보다 하루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일평균 수출액은 23억 3,000만 달러에서 37억 9,000만 달러로 62.9% 급증했다. 달력상 일하는 날이 줄어들었음에도 단기간에 폭발적인 물량이 해외로 실려 나갔다는 뜻이다.
이 같은 무서운 상승세의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6% 폭증한 221억 1,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7월 중순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로 인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포인트나 늘어난 40.3%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대한민국 수출 실적의 절반 가까이를 단 하나의 품목이 홀로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정보기술(IT) 장비와 주력 제조업 분야도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이 231.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선박(70.8%), 무선통신기기(65.9%), 석유제품(33.4%)도 일제히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내연기관 및 친환경차 시장의 수요 저하 영향으로 승용차(-10.6%)와 자동차부품(-9.6%)은 부진을 면치 못해 업종 간 극심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지역별로는 주요 거점 시장에서의 실적 개선이 돋보였다. 대중국 수출이 94.1%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으며, 베트남(82.4%), 대만(41.8%), 미국(39.6%), 유럽연합(30.3%)이 뒤를이었다. 중국, 미국, 베트남 등 상위 3개 국가는 전체 수출 비중의 51.9%를 차지하며 시장 집중도를 더욱 가열시켰다.
한편 수출 호조세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설비 투자와 원자재 확보로 수입액도 동반 상승했다. 반도체 제조장비(56.9%)와 반도체(54.9%)의 수입이 급증했고, 원유(27.5%) 및 가스(27.9%)를 포함한 전체 에너지 수입액도 27.4% 증가했다. 주요 수입국으로는 대만(45.7%), 중국(21.8%), 미국(17.1%), 일본(14.6%) 순으로 늘어나 반도체 공급망 및 에너지 자원 관련 수입 확대를 입증했다.
결국 이번 실적은 한국 경제가 첨단 반도체 수요 폭발에 힘입어 무역수지 대형 흑자 구조로 완벽히 전환했음을 증명한다. 다만 반도체 외 주력 품목인 자동차의 수출 역성장과 특정 품목에 대한 기형적인 의존도 심화는 향후 글로벌 경기 변동에 적지 않은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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