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2024-01-09 11:12

‘부실 판정’ 여론조사기관 30곳 여심위 등록 취소

분석 전문인력, 상근 직원, 연간 매출액 미달 등록 요건 강화? 영세업체라서 부실한 게 맞나

김태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최소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실로 판정된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 88곳 중 34%, 즉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앞으로 시·도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관련 절차를 거쳐 등록 취소가 확정될 예정이다. 여심위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도별로 총 30개 기관의 등록 취소 절차를 밟아 이번 주 안에 공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심위가 강화한 등록유지 요건을 맞추지 못한 기관들이다.

지역별로 보면 등록업체가 67곳으로 가장 많았던 서울에서 20곳이 취소되고, 충남(2곳)과 전남(1곳)은 모두 등록이 취소된다. 부산·광주·대전·강원·경북에는 등록업체가 각 1곳씩, 대구·경기·경남은 각 2곳씩 남게 된다.

여심위는 지난해 7월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을 분석 전문인력은 1명에서 최소 3명 이상, 상근 직원은 3명에서 5명 이상, 연간 매출액은 5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각각 강화했다. 이에 따라 업체당 분석 전문인력은 평균 1.7명에서 3.4명으로, 평균 직원 수는 20.6명에서 32.3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7월 이후 90개 등록업체 중 58곳이 변경 등록(재등록)을 신청했고, 이 중 1곳은 신청이 반려됐다. 상근 직원이 모두 3개월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1개 업체가 신규로 등록하면서 이번 총선에선 58개 업체가 공표용 여론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했던, 즉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들이 많아 선거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지난해 1월 여심위가 한국조사연구학회에 의뢰한 ‘선거여론조사 등록기관 관리·감독 강화방안’이란 용역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학회 연구진은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의 난립 문제가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부실 영세기관의 존재는 조사 품질 하락과 신뢰성 저하,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며 “조사기관 등록제를 보완하기 위해 등록 요건과 취소요건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연구진은 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 강화 방안으로 분석 전문인력의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 보유 의무화, 여론조사시스템 사양 구체화, 여론조사 실적 및 매출 기준 상향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여심위 등록 취소 요건 확대와 선거여론조사 관련 범죄행위 처벌 강화 및 재등록 금지 기간 연장 등도 함께 제안한 바 있다. 연구진의 아이디어가 이번 조치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위 악화(惡貨)로 분류되어야 할 조사기관을 가려낼 수 있는 조치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객관적 통계 수치에 의한 판가름이 여론조사의 질적 수준, 즉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분석 전문인력이나 상근 직원이 많다고 해서, 연간 매출액이 많은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에 비해 늘 더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놓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조치가 신생 혹은 영세업체의 도전과 발전, 건전한 경쟁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영세업체라서 부실? 대다수 여론조사기관이 첫 출발은 영세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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