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2023-12-26 14:45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 왜 개선되지 않고 되풀이 되는가?

선거 보도의 영향력 측면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 총선 여론조사 보도의 궁극적 문제점은 ‘정치성’에 비롯된다

신창운

선거 여론조사 보도에 문제가 많다거나 달라져야 한다는 특집은 선거 때마다 꾸준히 반복되어왔다. 가령, 18대 총선이 있었던 2008년 관훈저널 봄호에선 ‘총선 보도 달라져야 한다’, 2014년 봄호는 ‘지방선거 보도의 바람직한 방향’, 2017년 여름호는 ‘대선 여론조사와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이었다.

2016년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등 언론 5개 단체 등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정 선포식
2016년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등 언론 5개 단체 등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정 선포식

개선되었거나 달라졌는가. 여전하거나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있다. 질문지 등 선거 관련 조사결과 등록 및 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 휴대폰 가상번호 표집틀 사용을 통한 대표성 개선 등 여론조사 보도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조사방법 측면에서의 개선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구체적 정황도 있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선 선거 관련 여론조사 보도 우수 사례를 발굴해 시상해 왔다. 지난해 두 차례, 즉 대통령선거(3월 9일) 및 지방선거(6월 1일)가 있었고 남발을 걱정할 정도로 수많은 여론조사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 행태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

선거 여론조사 보도 문제점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보도 행태’와 ‘조사결과 영향력’ 둘로 구분할 수 있다. 보도 행태에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 10개를 요약 정리했다. 선거 여론조사에 국한되지 않는, 즉 언론 보도 일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단기적 변동에 대한 집착. 열악한 조사 환경으로 인해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출렁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변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중요한 장기적 추세가 간과될 수 있고, 여론 변화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론조사 수치에 대한 일희일비가 불가피한 단점도 있다. 단기적 변동에 대한 집착은 여론조사 보도 문제점 중 가장 흔한 레퍼토리인 경마식 보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쉽게 이어질 수도 있다.

둘째,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 단순 수치를 넘어선 정치적 상황과 맥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점들을 놓치게 되면 독자나 시청자가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나 중요성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이나 지나치게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사결과 및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피기 위해선 육하원칙, 즉 5W1H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여론조사에 대한 감별 부족. 선거 여론조사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게 아니다.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은 물론 표본추출과 질문지 등 방법론 및 품질에 격차가 있다. 조사 의뢰자의 당파성 여부도 살펴야 하고 조사기관의 규모나 과거 실적 및 선거 예측 경험 등을 비교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점을 감안하거나 선별하고 있는 여론조사 보도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독자나 시청자가 믿고 볼 수 있는 보도를 추구하는 언론이라면 어떤 여론조사든 보도할 수 있다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넷째, 방법론에 대한 설명 미흡. 선거 여론조사 보도 개요 혹은 방법론에 대한 설명은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역할과 공헌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기획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스며들어 있는 각종 오차를 줄이기 위한 과정에 다름 아니다. 표본 선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즉 통계적으로 계산 가능한 오차범위가 전부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질문지나 응답, 자료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표집 오차 등 잠재적 편향 요소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센세이셔널리즘. 깜짝 놀랄만한 결과나 급격한 변화에 주목하는 경우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데이터의 특정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심지어 왜곡하기도 한다. 그런 결과를 보도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여론조사는 대개 심심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데, 선거 여론조사도 그런 편이다. 단정할 수 없지만, 센세이셔널한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다. 잘못된 혹은 조작된 조사에서 출발했거나, 그렇지 않은 조사결과가 보도 과정에서 둔갑했을 수 있다.

여섯째, 성급한 보도. 남들보다 먼저 보도하고 싶은 건 언론의 기본적 속성이자 숙명이다.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함량이 미달하더라도 말이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구도 혹은 지지율에 변화가 생겼을 경우 보도를 서두르기 쉽다. 변화라고 보기 어렵거나 애매한 점은 간과하거나 심지어 무시한다. 과도한 단순화와 심층 분석 미흡 등이 수반될 수도 있다.

일곱째, 오도된 헤드라인. 본문과 뉘앙스가 다른, 그것도 깜짝 놀랄만한 제목으로 뽑게 되면 여론조사 본래의 의미가 사라지거나 희미해질 수 있다. 독자나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소위 낚시성 제목 말이다. 지지율 수치와 관련해 오해 소지가 있거나 부정확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자 하는 것은 특히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어야 한다.

여덟째, 편향된 보도.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어느 한쪽에 편향된 보도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다수의 선거 여론조사 보도 문제점이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선거 여론조사를 보도할 것인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어떤 여론조사를 선택해서 보도할 것인가, 질문 구성 또는 결과 해석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등이 모두 편향된 시각에서 출발할 수 있다.

아홉째, 데이터 선택 부작용. 여론조사에 대한 감별 부족과 또 다른 차원의 문제점이다. 자신 혹은 자사가 원하는 보도 방향 및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여론조사 자료를 선택적으로 강조해 보도하는 것이다. 의제 설정(Agenda Setting)이란 미명 하에 말이다. 그 과정에서 반대되거나 모순적 데이터는 가볍게 무시하거나 소홀히 취급하는 문제점이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기준 부재. 자살 보도와 마찬가지로 선거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갖추어야 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그런 기준의 존재 자체를 모를 뿐 아니라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해관계 충돌을 밝히지 않는 점, 군소 후보나 새로운 인물에 대한 배려 부족 등도 함께 지적되어야 한다.

영향력 측면에서 ‘양화’ 구축하는 ‘악화’

‘사실 여부 관심 없다, 여론 만드는 여론조사’. 지난해 말 어떤 메이저 신문 특집 제목이다. 여론을 만들어서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데 여론조사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선거 여론조사 및 보도에 관한 양화와 악화 구분이 무의미하다. 사활이 걸린 선거에선 마땅히 그럴 것이다. 승리에 봉사할 수만 있다면 지엽적 문제로 치부된다.

본의든 아니든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영향력을 갖는다. 총선을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의 여론조사 및 그 보도는 인지도 제고가 목적이다. 조사의 신뢰성이나 정확성, 가령 표집틀이나 자료수집방법, 응답률 등은 관심사가 아니다. 좀 더 많은 유권자를 접촉해 화려한 경력으로 포장된 후보 이름 석자를 알리는 게 중요하므로 악화 여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로 인한 영향력은 ‘밴드웨곤 효과(Bandwagon Effect)’를 훨씬 더 신봉한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가급적 높은 지지율 혹은 1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의치 않으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1위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고 또 보도되게끔 한다. 그래야 지역구민이나 중앙당에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아닐 수밖에 없고, 그런 보도는 가짜뉴스로 분류해야 마땅하다.

추악한 승리를 추구하는 무리들로 인해 선거 때마다 수많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자의든 타의든 여론조사기관이나 언론사들이 그런 일에 봉사하게 된다. 그게 마치 무슨 커다란 영향력인 것처럼 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보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잘못되거나 왜곡된 여론조사, 즉 악화라도 개의치 않는다. 반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보도는 비록 신뢰성과 정확성이 보장된 여론조사, 즉 양화라고 하더라도 온갖 문제점으로 얼룩진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조사결과 보도가 들쭉날쭉해서 헷갈린다, 잘못된 여론조사 보도 때문에 이겼다거나 선거를 망쳤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괜한 트집이거나 변명에 불과하다. 조사기관별로 다양한 방법에 입각한 여론조사는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자료수집방법은 물론 표본크기, 표본추출방법, 응답률, 조사시기, 질문지 등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보도 때문에 당초 예측과 다른 미래가 나타나는 건 문제가 아니라 얼마든지 가능하단 인식이 필요하다. 여론조사에서 1위였다가 패배한 후보는 지지자들이 마음 놓고 놀러 갔다고, 2위 후보가 패배한 경우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격차로 인해 지지자들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했다고 불만이다. 미래를 미리 알게 될 경우 이로 인해 나중의 미래가 변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무당층 유권자들이 1위 후보를 지지하고자 하는 밴드웨곤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약자를 응원하고자 하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주식을 사야 할 때인가, 집값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를 묻는 질문과 그 결과 보도 때문에 주식이 떨어졌다거나 부동산 시세가 하락했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주식 매매에 대한 응답자들의 반응과 반대로 매매해 이익을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동산 시세 등락 여론조사 결과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매매 타이밍을 포착하는 사람도 있다.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가 여론조사일 뿐이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궁극적 문제 ‘정치성’ 

총선 여론조사 보도의 궁극적 문제점은 ‘정치성’으로 귀결된다.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언론 일반의 정치적 행위가 선거 때마다 출몰한다. 욕하면서 봐야 하는 ‘막장 저널리즘’. 이를 지켜보는 정치권이나 당파적 유권자를 비롯한 관객들이 여론조사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 아니 이런 결과여야 한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선거 여론조사 보도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다. 보도 행태든 영향력이든 말이다. 내로남불 현상으로 인해 모든 선거 여론조사 보도엔 항상 문제점이 내재된 것으로 간주한다. 어떤 보도든 특정 정파에게 유리하면 다른 정파에겐 불리하다. 그런 점에서 선거 여론조사 보도 문제점이 개선되더라도 이에 대한 논란이 재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가능하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 있다는 얘기다.

언론 자체의 노력은 물론 학계 및 업계와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일부 개선방안은 앞서 제시했던 선거 여론조사 보도 문제점에서 언급했기에 여기선 생략한다. 다만 2024년 4월 총선과 관련해 몇 가지 사항을 추가하면서 맺고자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나름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차별화된 인식과 대응이 필요하다. 대통령 및 지방선거와 비교해서 말이다. 직전에 있었던 선거, 즉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때의 매우 정확했던 여론조사 및 보도는 잊어야 한다. 지금 기억해야 할 건 지난 총선, 즉 2016년 2020년 때의 여론조사 및 보도다. 방송사 출구조사를 비롯한 모든 여론조사가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기반해 여론조사 보도가 이루어졌음을 상기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여론조사나 선거 예측에 목을 매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여론조사 보도에 있어서 머리와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프 수영 등 많은 스포츠는 물론 헤어샵에서 머리를 감을 때조차 머리 혹은 몸에 힘을 빼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도 총선 때마다 헛발질이었던 방송사 출구조사도 힘을 빼야 할 시점이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가 수치 위주의 정량적 보도에 한정될 이유는 없다. 정성적 혹은 질적 보도를 통해 깊이와 풍미를 더할 수 있다. 가령, 심층 인터뷰나 탐사 보도 형식이 가능하다. 여론조사 혹은 보도와 관련한 후보 및 캠프의 주장, 여론조사 조작이나 결과 왜곡, 실사(Fieldwork), 즉 조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등은 탐사 저널리즘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로 손색이 없다.

가독성이나 흥미 있는 여론조사 보도를 위해선 외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투표 확실층이나 부동층(Swing Voter)에 대한 분석이 유의미할 것이다. 비확률적 인터넷 패널조사를 활용해 특정 계층이나 직업집단에 초점을 맞춘 보도 역시 흥미를 끌 수 있다. Web을 활용한 심층 분석, App을 통한 시각적 분석, 블로그나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대체 미디어 발굴, ChatGPT Bard 등 생성형 AI 활용도 시도해볼 만하다.

현행 선거법의 제한 혹은 한계, 즉 D-7일 이전이라도 조사결과에 기반해 최종 득표율 예측이 시도되어야 한다. 방송사와 달리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의 경우 여론조사 보도를 통한 선거 예측이 면제되어왔다. 선거일로부터 7일 이전까지의 조사결과만 보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령별 투표율, 무당파 배분, 판별분석,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예측이 이루어져야만 여론조사 및 보도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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