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유럽 시장 급성장 속 중국 의존도 탈피…그러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
- 6월 16일 매경 주최 콘퍼런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해법 모색

1분기 31억 달러. 한국 화장품 산업이 올해 첫 석 달 동안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이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화려한 성과표 뒤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수출액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정작 업계는 “이 성장세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 질문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프랑스에 이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올라섰다. 연간 수출액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3위였던 2024년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순위가 오른 만큼 국제 시장의 변동성에 더 민감하게 노출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저가 공세,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는 K-뷰티가 넘어야 할 새로운 장벽으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수출 구조에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1월 기준 중국이 1억 5,559만 달러를 기록하며 9개월 만에 수출 1위 국가로 복귀했다. 2025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도 1억 5,162만 달러로 불과 397만 달러 차이에 불과하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대 시장이 각각 18.5%와 18%의 비중을 차지하며 팽팽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2월에는 다시 미국이 1위로 올라서는 등 두 국가 간 순위 변동이 계속되고 있다. 3월 단월 수출액은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 시장에서의 비중 확대다. 2022년 1분기 K-뷰티의 미국향 수출 비중은 11.7%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6년 1분기에는 19.8%로 급증했다.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전체 미국 뷰티 시장에서 K-뷰티 침투율은 여전히 3% 수준에 머물러 있어 성장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 뷰티 랭킹 상위권에 한국 브랜드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인지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반면 중국 의존도는 낮아지는 추세다. 2025년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6년에도 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업계는 중국 대신 유럽,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일본, 유럽 등에서도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내부에서는 단순히 수출액을 늘리는 것보다 성장 효율, 고객 이해, 데이터 확보가 더 중요한 과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현지화 전략과 D2C 채널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매출보다 장기적인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재와 원료 단계부터 글로벌 유통망까지, 화장품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도 요구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6년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9.9% 성장한 125억 3,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업계가 합의하는 중장기 목표인 ‘수출 150억 달러 시대’의 갈림길에 선 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OEM·ODM 제조사, 패키징 업체, 브랜드, 플랫폼, 투자사 등 생태계 전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6월 1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한라홀에서 열리는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은 시의적절한 논의의 장이 될 전망이다. 매경미디어와 매경이코노미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K-뷰티 지속성장의 조건: 소재부터 글로벌 유통까지’를 주제로 한눈에 보는 에코시스템을 제시한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이 콘퍼런스는 제조, 유통, 플랫폼, 투자 등 밸류체인 전 단계의 주요 기업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특히 해외 진출 플랫폼, 글로벌 유통 전략, 신소재 개발, 지속가능 경영 등 다층적 주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참가비는 9만 9,000원이며, 5월 13일부터 당일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콘퍼런스가 단순한 성공 사례 공유를 넘어, K-뷰티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6년은 K-뷰티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단기적 수출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 경쟁력을 다질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화장품 수출이 1분기에만 31억 달러를 넘기며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진정한 항해는 이제부터다. 거센 파도를 뚫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태계 전체가 함께 방향을 맞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수립할 때 비로소 K-뷰티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