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2-10-04 10:12

[역사로 보는 선거여론조사] 1987년 대선 ‘여론전쟁의 시작’ ③노태우 승리 일등공신은 여론조사

노태우 승리 일등공신은 여론조사 여론조사로 총선 예측은 쉽지 않았다

현경보

1987년 대통령선거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론조사가 도입된 선거로 기록되었다. 일반 국민들은 알 수 없었지만 대선에 승리한 노태우 후보는 여론조사 덕을 톡톡히 보았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선거가 끝난 뒤, 노태우 후보의 민정당에서는 이번 선거의 승리가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과학적 선거운동의 결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정당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한국갤럽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여론을 수집했다. 민간기관을 통한 여론조사는 최병렬 국책연구소 부소장이 전담했고, 선거 기간 동안 모두 12차례 실시했다.

한마디로 여론조사가 모든 선거전략의 토대가 되었다. 노태우 후보 개인의 특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물론 예상되는 선거쟁점들을 상세하게 파악했다.선거 과정에서 현직 전두환 대통령과 제5공화국, 그리고 민정당이 인기 없는 이유까지 조사하여 분석했다.

노태우 후보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경쟁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는 내용도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노태우 후보의 보통사람구호와 공약들도 여론조사의 결과물이었다.

민정당에서 실시했던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태우 후보가 김영삼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적도 있었다. 선거를 한 달여 남긴 11월 말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등 12.12 사태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김영삼 후보의 인기가 급상승했을 때였다.

하지만 1129KAL기 폭파사건을 기점으로 노태우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보여 다시 선두를 회복했다.

그 밖에도 민정당은 국책연구소 주도로 당의 대형컴퓨터에 보유한 전국 1천만 명 이상의 계층·직능별 유권자 명부를 이용해 서신direct mail을 발송하고 설문지를 회수하는 등 선거운동을 겸한 여론조사도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후보의 지역별 유세 일정은 물론 대통령선거일을 1216일로 정할 때도 여론조사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당 이외의 야당에서도 여론조사를 이용했지만 민정당에 비하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여론조사로 총선예측은 쉽지 않았다

1987년 대선 이듬해에 치러진 4.26 총선에서는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비공개적으로 실시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당 등 정치권에서는 선거 판세를 읽고 선거전략을 짜기 위해 여론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정당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4.26 총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이용한 판세분석에 주력했다.

총선을 앞두고 최병렬 당시 정무수석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당인 민정당이 전국구를 포함하여 165석 안팎을 차지할 것이라고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426일 총선에서 민정당은 지역구 87석을 포함해 총 125석을 얻는데 그쳐 과반에도 25석이나 못 미쳤다.

이에 대해 노태우 대통령이 측근인 박철언 의원을 따로 불러 모두 엉터리 보고를 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1987년 대선 결과를 적중시켰던 한국갤럽도 여소야대를 가져왔던 4.26 총선에서는 예상이 빗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19884.26 총선에서는 정당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선거 판세분석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조선일보는 각 당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근거로 선거 판세를 보도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민정당은 20, 민주당도 20, 평민당 30, 신민주공화당이 6곳을 우세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지역구가 42곳인데 각 당이 주장하는 우세 지역은 76곳이나 되었다.

총선을 열흘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40%가 민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민주당 후보 23%, 평민당 후보 18%, 신민주공화당 후보 12%, 기타/무소속 후보 7% 순으로 응답했다.

4.26 총선 결과 각 정당이 실제 얻은 득표율은 민정당 후보 34%, 민주당 후보 23.8%, 평민당 후보 19.3%, 신민주공화당 후보 15.8%, 기타/무소속 후보 7.3%로 나타났다.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민정당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비율은 여론조사보다 6%포인트 정도 낮았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투표와 유사한 경향을 보여줌으로써, 선거에 대한 민심을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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