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2023-04-16 21:50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정치권의 ‘여론조사 해석 논란’

자신에 유리하면 문제 있는 조사, 불리하면 문제 많은 조사

신창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가 5개월 만에 20%대로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538호(4월 2주)에서 나타난 지지율 27% 때문입니다. 싸움의 발단은 이에 대해 논평을 내놓은 대통령실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응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여론펑판연구소 (KOPRA)제공  대통령 국정지지율 추이 그래프 
한국여론펑판연구소 (KOPRA)제공  대통령 국정지지율 추이 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관계자가 “항상 민심에 대해 겸허하게 보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는 참고하고 어떤 경우엔 참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답니다. “하루에 나온 여론조사가 오차범위가 넘게 틀리면 어떤 여론조사를 믿어야 하는지 굉장히 의구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더군요. 같은 물음에 대해 결과가 크게 다른 경우엔 신뢰도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 국정 운영능력에 의구심을 가져야지 여론조사 결과가 무슨 문제냐는 민주당 논평, 그리고 여론조사를 문제 삼아 싸웠던 건 민주당이 먼저였다는 국민의힘 반박에 대해선 생략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이 대개 그렇지만… 애들 장난도 아니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라서요.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아무 문제가 없는 여론조사,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문제 많은 조사에다 조사기관까지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은 예외가 없습니다. 한편으론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정치를 더욱 민망하게 만드는 천박한 관행일 뿐입니다. 

여론조사와의 싸움 빌미를 제공한 대통령실 수준도 기대 이하입니다. 서로 다른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에 차이가 심하면 어떤 걸 믿어야 할지 몰라 참고하지 않는답니다. 결국 다른 조사기관에선 36%, 34%인데 27%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거 아닙니까. 높은 지지율은 참고하지만 낮으면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거 그냥 한번 해 본 얘기인가요.    

동일 조사기관의 지지율 흐름을 살펴라, 동일 조사기관이 발표한 결과끼리 비교하라 등은 여론조사 리터러시 기본 아닙니까. 

미국 연방준비제도, 즉 ‘중앙은행과 싸우지 마라(Don’t fight the FED)’는 주식 투자자에게 귀중한 경구입니다. 때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슬러선 좋을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문제가 많은 여론조사도 그렇습니다. 오차범위를 떠나 심상치 않은 지지율 흐름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겸허히 수용하겠다, 반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 됩니다.

여론조사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처지라 차마 할 얘기가 아니지만… 대한민국 여론조사, 따지고 보면 별거 없습니다. '양화와 신호'에 가까운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악화에다 소음'입니다. 여론조사 말고도 싸울 일이 많을 텐데, 괜한 곳에서 힘 빼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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