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창간 기념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엔 다음 세 가지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늦춰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인공지능, 즉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응답 항목은 4점 척도, 즉 ‘매우 동의한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매우 동의한다’와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응답은 각 주장에 대한 긍정적 의사 표시, 나머지 두 개 항목은 동의하지 않는, 즉 부정적 의사 표시로 합산되는 구조다.
일전에 언급했듯이 어떤 진술이나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을 경우 두 가지 형태의 응답 항목 구성이 가능하다. 첫째, 2점 척도. 단순히 동의 여부를 답하는 응답 항목 2개만 제시하는 경우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찬성하지 않는다는, 가령 소극적으로 찬성하거나 중립적이란 의견인지 혹은 강하게 반대한다는 뜻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동의하는 정도(Degree) 혹은 강도(Intensity)를 알아볼 수 없다는 한계도 있고.
둘째, 4점 척도. 동의 혹은 비(非)동의에 대한 강도 혹은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조사처럼 강한 긍정과 약한 긍정, 약한 부정와 강한 부정에 해당하는 4개 응답 항목을 제시하는 경우다.
필자의 문제 제기는 4점 척도에 대해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찬반이 아니라 동의 여부라는) 단일 차원을 물을 경우 서열(Ordinal)을 넘어 등간척도로 응답 항목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조사처럼 ‘매우 동의한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각 항목이 비슷한 간격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느냐는 거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예로 들어보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즉 부정적 의사를 약하게 표시한 응답자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추측컨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가급적 출마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완곡한 혹은 온건한 입장 아닐까. 그럼,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즉 부정적 의사를 강하게 표시한 응답자는? 그런 주장에 상관없이 출마해야 한다는 적극적 반응일까.
백분율로 환산하면 좀 더 명확해진다. 각 질문에 대한 부정적 의사 표시를 소극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20~30% 전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0~5%가량 동의하는 걸로 볼 수 있다. 만약 적극적 의사 표시라면 어떻게 될까.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총선 출마 반대에 대한 약한 부정, 즉 백분율로 -40~-50%가량일 것이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강한 부정으로 -90~-100%에 해당할 테고 말이다.
질문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총선 불출마 경우엔 반대 차원, 즉 출마라는 명확한 단일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건 현재처럼 60세로 하자는 의견인지 아니면 연금 수급 연령대를 늦추는 것 자체에 대한 반대인지 분명치 않을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역시 비슷하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주장에 대한 반대가 그렇지 않을 것, 즉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의미인지 아니면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인지 모호하다. 어떤 미래학자의 경우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AI 활용과 관련해 부가적인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단순한 동의 혹은 찬반 여부는 물론 그 강도 혹은 정도까지 알아보고자 할 경우엔 3점 척도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강한 동의(90~100%), 약한 동의(40~60%), 동의하지 않음(0%)’.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조사에 따라 또 응답자에 따라 얼마든지 상이할 수 있다. 단지 관행적으로 혹은 무심하게 긍정 2개, 부정 2개로 응답 항목을 구성하는 듯한 모습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는 1월 29~30일 18세 이상 1,004명을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표집틀로 선정해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것이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11.1%였다. 조사개요와 질문지, 통계표 등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