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최초 천재 자폐변호사의 활동으로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우영우'의 한 장면,
밤샘 근무로 아수라장이 된 동료 변호사의 사무실에 들른 주인공의 질문.
“출근을 안 한 거야? 퇴근을 안 한 거야?”
“퇴근? 퇴근이 뭐야? 저녁이 있는 삶 같은 건가?
환상 속에서만 있고 실제 존재하진 않는다는? 넌 괜찮냐? 일 안 많아?”
“일? 많아. 어제는 열 시간 넘게 타이핑을 했더니 손목이 아팠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드라마 대사가 다소 올드하게 느껴졌는데
실제 여론 속에,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당신은 현재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나요?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과 직업 소명의식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요즘 직장인들은 일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개인시간과 여가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6명(60.4%)이 ‘워라밸’ 즉, 일과 개인 생활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편이라고 응답했고 젊은 층일수록 두드러졌다. 특히 2017년 워라밸 열풍이 시작된 이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젊은 층의 보편적인 직업 의식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와 일상생활에서의 인간관계는 다르다는 인식(72.8%)이 상당히 강한 것도 ‘워라밸’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여가 생활이 없다면 지금 일을 포기할 수 있다
우선, 직장생활 전반에 대해 ‘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직장인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의 21.7%만이 나에게는 일이 우선이라고 응답한 반면, 여가생활이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 직장인은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이런 태도는 직장생활의 의미에도 영향을 끼쳐, 직장인 2명 중 1명은 회사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니는 곳이라는 생각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젊은 직장인과 낮은 직급일수록 회사를 돈을 버는 장소로만 인식했고 50대 및 임원급은 직장생활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소명의식 있다
vs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 주면 지금 일 안 할 생각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직장인도 아주 많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직무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44.3%로, 당연히 현재의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는 직장인은 더욱 드물었다.
다만 일에 대한 자부심과는 별개로 가급적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려는 직장인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절반 이상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는데 대신 소명의식이 아주 단단하지는 않아 보였다.
가령 직장인 10명 중 6명은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을 준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안 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며, 돈을 더 준다면 지금 하는 일의 원칙과 전문성을 약간 포기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직장인도 54.8%에 달한 것이다.
나름 책임감을 갖고 회사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더 많은 물질적 보상이 주어진다면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할 수도 있는 직장인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젊은 층일수록 이러한 생각을 가슴에 많이 품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 ‘일의 과정’도 변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일과 회사생활에서 자율성을 느끼는 직장인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눈치를 보면서 회사에 남아 있는 시간이 사라졌다는 응답이 2020년 34.8%에서 2021년엔 53.2%로 증가했고,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진 것이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4.1%에서 45.3%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이전에 비해 일의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 좋고, 업무의 내용이 더욱 명확해졌으며, 직장상사의 모호한 업무지시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조금씩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런 변화 속에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이 가려지기 시작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는데 직장인의 37.7%가 요즘은 일을 '진짜 하는 사람'과 '하는 척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의견이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