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대패한 정당이 맞는지 질문을 할 만 하다. 선거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총선에서 108석 의석 획득에 그쳐 175석을 차지한 민주당에 압도 당한 정당이라곤 믿겨지지 않는 결과다.
4월 넷째주(21~28일)에 실시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에너지경제, 뉴스토마토 등 3개다. 지난 23~25일 진행된 한국갤럽 조사 정당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33%, 민주당 29%로 국힘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내에서 앞서 있다. 총선 패배 정당이 정당지지도에서 앞서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5~26일 에너지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국힘이 34.1%로 35.1%인 민주당에 불과 1%p 뒤지고 있다. 반면 27~28일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35.4%, 국민의힘 29.7%로 비교적 격차(5.7%p)가 나 총선 결과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디어토마토 조사는 줄곧 민주당의 우세 기조가 이어져온 만큼 논외로 하고, 여기에선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정당지지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국민의힘이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아직도 국민들 상당수가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거나 우리와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고 안주하거나 착각해서는 안 된다. 숨은 1인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조국혁신당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의 정당지지도는 13%에 이른다. 리얼미터 조사도 13.5%로 엇비슷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조국혁신당의 주 지지층은 민주당 성향이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을 합하면 각각 42%(한국갤럽), 48.6%(리얼미터)에 이르러 양당의 정당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다. 개혁신당의 지지율(한국갤럽 3%, 리얼미터 6.2%)을 국힘에 얹어도 오차범위를 넘어선다. 국힘이 단순히 눈앞의 수치에 취해 아직 국민들의 마음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자만해선 안 되는 이유다.
조국혁신당의 지지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과 국힘에 모두 숙제 또는 경각심을 안겨주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역적으로 광주·전라, 연령별로 40대와 50대에서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광주·전라에서 21%, 리얼미터 조사에선 23.8%로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53%, 43.5%)을 크게 잠식해 여차하면 민주당이 안방을 내줘야할지도 모른다. 아직 격차가 커 뒤집힐 가능성은 없지만 마냥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연령별로 보면 조국혁신당은 18~29세에서는 9%, 9.1%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대입 비리의 원죄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년층에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의 정당지지도는 25%로 민주당(29%)과는 4%p차다. 국힘(26%)과는 불과 1%p차로 자칫 잘못하면 역전당할 수도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민주당 32.4%, 국힘 31.8%, 조국혁신당 24.8%로 좀 거리가 있지만 조국혁신당의 강세를 부인할 수 없다. 40대의 경우 한국갤럽 조사에선 민주당 39%, 국힘 19%, 조국혁신당 14%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는 민주당 47.1%, 국힘 27.4%, 조국혁신당 13.1%로 나와 있다.
이같은 결과는 40~50대가 주 지지층인 민주당에게 조국혁신당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힘의힘 입장에선 50대에서 조국혁신당에게 마져 정당지지도가 뒤진다면 수도권 총선에선 해보나 마나다. 이념성향으로 봐도 조국혁신당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에서 14%(민주 33%, 국힘 22%), 리얼미터에선 15.6%(리얼미터-민주 34.5%, 국힘 30.7%)를 차지해 총선 숭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도층에서도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총선에서 보여준 조국혁신당의 선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22대 국회에서의 활동 여하에 따라 확장성이 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
한편 조국혁신당의 성공 사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비례대표 정당에 대한 생각을 재고(再考)하게끔 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급조해 선거가 끝난 뒤 해체할 것이 아니라 조국혁신당처럼 독자적인 비례대표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면 어떠냐는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가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한 뒤 성과가 좋으면 지역구에 진출하는 순환 창구로 활용하면 기존의 획일적인 정당 정치에 변화와 활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