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26-05-26 12:52

헌재 “횡단보도 약간 벗어난 지점 사고도 통행 중 해당”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곳에서 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우회전 운전자는 일시 정지 의무를 진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1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하며 2022년 개정 도로교통법의 보행자 보호 취지를 재확인했다.

김소현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났더라도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했던 상황이라면 우회전 운전자에게 일시 정지 의무가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가해 운전자 B씨를 불기소한 검찰 처분의 취소를 구하며 낸 헌법소원을 지난 2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고 26일 법조계가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월 서울 서초구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다. B씨는 해당 도로를 우회전하는 과정에서 일시 정지를 하지 않았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A씨를 충격했다. A씨는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검찰은 사고 당시 A씨가 횡단보도를 다소 벗어난 지점에 있었다는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A씨는 설령 사고 순간 횡단보도 안에 있지 않았더라도 길을 건너기 위해 그 앞에 서 있었던 만큼 검찰 처분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헌재는 A씨의 손을 들었다. 핵심 근거는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운전자가 보행자의 횡단보도 통행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2022년 개정으로 이 의무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서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로 확대됐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해당 개정 취지를 명확히 재확인했다.

헌재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로 통행하던 중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전체적으로 횡단보도 통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씨의 상황도 이에 부합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A씨는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설치된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 사이에 서 있다가 차량 통행 여부를 확인한 뒤 횡단보도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헌재는 이를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현장 여건도 판단에 반영됐다. 문제의 횡단보도는 A씨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설치돼 있었고, 건너편 오른쪽에는 인도가 없어 A씨로서는 직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헌재는 이 같은 사정을 근거로 A씨가 횡단보도 오른쪽 끝부분에서 횡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의도적으로 횡단보도 밖에서 건너거나 이탈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설령 횡단보도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전체적으로 봐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 발생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A씨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해당 처분을 취소했다.

공유하기: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