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휘발유차 판매 비중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앉았다. 완성차 업계와 정부가 일제히 전동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내연기관차의 퇴장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휘발유차 판매 비중은 39.0%로 낮아졌고, 판매량 자체도 전년 대비 14.6%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를 합한 친환경차 비중은 50.4%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고, 전기차만 놓고 보면 19만8969대로 전년 대비 112.6% 늘며 비중 23.3%를 기록했다. 산업통상부가 15일 발표한 자동차산업 동향에서도 상반기 전기차 비중이 23.7%로 집계돼 비슷한 흐름을 확인했다.

수치만 보면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성차 업계의 실제 전략은 이보다 복잡하다. 기아는 지난 4월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100만대·시장점유율 3.8% 달성을 목표로 내걸면서도, 같은 기간 내연기관 신차 9종과 하이브리드 13종을 유지·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판매 목표치도 내연기관 198만대, 하이브리드 115만대로 설정했다. 전기차 확대와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유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이런 흐름이 뒷받침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26년 1분기부터 현대차 울산 신공장(연산 20만대)과 기아 광명·화성 EVO 공장(각 15만대·10만대)이 가동되면서 친환경차 공급 능력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여파로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선호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낸 산업전망 보고서는 전기차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는 공급 부족, 전기차는 공급 과잉”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현대차 쪽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달 30일 현대차 호주법인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인터뷰에서 주력 모델을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일부 차종에서 순수 가솔린 모델이 단종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해외 법인 관계자의 발언으로, 국내 라인업 조정 계획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도로 위 실제 차량 구성을 보면 전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집계로 국내 10년 이상 노후차량은 2025년 10월 기준 993만대에 달해, 신차 판매 구성이 아무리 바뀌어도 등록 차량 전체의 전동화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2025년 10월 기준 31.4%까지 늘어난 점도 변수다. 국산차 입장에서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단순한 전환뿐 아니라, 그 전기차 시장 안에서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에서는 내연기관차 부품기업의 70%를 미래차 부품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금융·연구개발(R&D)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차 구매 단계에서도 올해 신설된 전기차 전환지원금이 3년 이상 된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처분하고 전기차로 갈아탈 경우 최대 100만원을 추가 지급하며 내연기관차 조기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상반기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내연기관차의 소멸’이라기보다 신차 시장에서의 무게중심 이동에 가깝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확대와 동시에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상당 기간 병행할 계획을 밝히고 있고, 993만대에 이르는 노후 내연기관차와 중국 브랜드의 시장 잠식은 이 변화가 단순한 직선 경로로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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