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통화 긴축을 결정한 것이다.
금통위는 작년에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p 인하했으며, 이후 1년 2개월간 금리를 동결해왔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과 건설경기 악화, 미국 상호관세 충격 등의 악재가 겹쳤고, 가계부채 증가와 높은 환율 변동성을 모니터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 결정은 물가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기 반등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2월 말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브렌트유)가 배럴당 72달러에서 4월 말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2.0%에서 5월(3.1%), 6월(3.2%) 연달아 3%대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월 1.8%에서 6월 3.4%까지 높아졌다.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으며, 명목 기준으로는 10.5% 성장해 1976년 1분기 이후 50년 만의 최고였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으며, 한은도 8월 전망치 상향 조정이 확실시된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도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7조6천억원 늘어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를 앞두고 급증했던 주택매매거래가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 공급 부족 우려와 추가 가격 상승 기대 등에 연율 환산 10∼15% 수준의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는 1.25%p에서 1.00%p로 축소된다. 한미 금리차 축소는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지난달 초 1,560원대에 달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8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5월부터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도 전체 21개 중 19개가 2.50%보다 높은 지점에 찍혀 있다. 유럽중앙은행(6월 11일), 일본은행(6월 16일)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8월이나 10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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