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3월 9일부터 1개월 동안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서 수렴한 국민 의견이 일제히 소개되고 있다. TV 수신료를 전기요금 항목으로 의무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추천(찬성)이 96%로 나왔다고 말이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국민의 뜻을 따를 것이다. 확실하게 손을 보겠다”고 했단다.

'96% 찬성'이 국민의견 96%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많은 국민들이 찬성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점들이 있다.
첫째,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우리 국민을 대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국민제안 코너를 통해 응답한 사람들 대다수는 대통령 혹은 여당에 좀 더 강한 지지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조사기관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동일 내용의 조사를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각종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여야 지지자들끼리 의견이 크게 나누어질 가능성 높다. 야당 지지자들의 경우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정작 반대 응답할 수 있기 때문에 96%라는 수치가 나올 순 없다는 얘기다.
둘째, KBS 수신료 분리 징수는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을 묻는 질문으로 실제보다 과장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기 요금과의 합산 역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불합리한 측면 개선이란 점에 대해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이슈라서 찬성 응답이 다소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때 하나의 응답 항목에 90% 이상 답변이 몰리면 질문 의도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 당연하거나 뻔한 것, 즉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96% 찬성’이란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즉 거의 모든 국민이 찬성할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질문한 셈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질문은 어쩌면 '부적합한 질문'일 수 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시행되면 1994년 통합 징수 이후 29년 만에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상화로 가기 위한 판단이라면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에 근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