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여론조사기관 중 최근에도 대통령 선거 예측에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세 번이나 틀린 미국 Gallup, 오바마 당선과 재선을 정확히 맞췄지만 트럼트 당선 예측에 실패했던 FiveThirtyEight.com이 그랬다. 그럼에도 선거여론조사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2024년 대선을 1년가량 앞둔 지금도 그렇다.

낯뜨거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여론조사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잦은 오보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아보게 되는 일기예보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동적이고 때론 모순적일지라도 나름의 감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다.
여론조사와 여론조사에 기반한 예측이 항상 잘못된 건 아니다. 모호함이 넘쳐나는 분야에서 정밀 저널리즘, 즉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성을 제공하고 싶은 저널리스트에게 특별한 매력을 제공하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언론의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은 당연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DNA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 대한 깊은 애정
20세기 초 대규모 우편조사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세 차례 정확히 예측했던 시사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The Literary Digest) 사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영광은 1938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화당 랜던 후보가 민주당 현직 대통령 루즈벨트를 상대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랜던은 단 2개 주에서 승리했을 뿐이었다.
여론조사에 대한 언론의 애정 공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CNN, 이코노미스트, 폭스뉴스, NBC,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야후뉴스 등이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은 유권자들에게 공유되고 있으며, 선거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CNN과 NBC,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를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압승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다. 바이든은 4.5%포인트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대한 애정이 차갑게 식었던 대표적 사례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 도널드 트럼프 선거 때로 기억한다.
잊혀진 실패의 역사
선거여론조사가 지속되는 또 다른 이유는 과거 실패에 대한 기억이 덧없이 잊혀지는 경향 때문이다. 여론조사와 저널리즘은 워낙 미래 지향적이다. (우리의 경우 사반세기 동안 여섯 차례의 총선에서 매번 출구조사가 실패했다는 점을 뒤로 한 채 다시 내년 총선 출구조사가 기획되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때 여론조사가 얼마나 과장되었는지 연연하거나 기억하지 않는다. 2016년 선거 막판에 트럼프에게 유리한 결정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대규모 참사를 당했다는 점도 희미해졌다. 2012년 선거에선 미국 갤럽이 미트 롬니가 오바마에게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실수를 저질렀다.
잊혀진 실패의 역사는 과거에도 있었다. 아이젠하워가 승리했던 1952년, 레이건 후보가 카터 대통령을 이겼던 1980년. 그 이전엔 리터러리 다이제스트가 실패했던 1936년, 미국 갤럽이 실패했던 1948년도 포함되어야 하지만, 더욱 희미한 기억일 수밖에 없다.
실패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오랜 기간 미국 정치의 중심이었다.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선거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여론조사 지지율은 공화 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을 선거 초기에 가려내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2024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은 이례적일 만큼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다시 백악관에 복귀하고자 하는 시도는 1912년 루스벨트 이래 처음이다. 트럼프의 재선 출마 의지는 여론조사에서 촉발됐다. 공화당 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바이든과의 대결에서 앞서고 있다는 사실 역시 여론조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류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
선거여론조사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응답 거리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때 정치 저널리스트 사이에 광범위한 인터뷰, 즉 ‘발로 뛰어 취재한’ 혹은 ‘발품을 팔아 취재한’(Shoe-Leather) 방식이 대안적 언론을 통해 시도된 적이 있다.
그런 방식을 옹호했던 워싱턴포스트 헤인즈 존슨이란 기자가 있었다. 여론조사가 현장 취재(Hard Reporting)를 대신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1980년 선거 몇 주 전 여러 시간 동안 인터뷰 한 내용을 토대로 장문의 기사를 썼다. 그러곤 막판에 카터가 재선될 걸로 생각한다고 했지만, 레이건에게 압도적 표차로 패배했다.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과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여론조사가 인기가 있고 친숙하지만 종종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한때 FiveThirtyEight.com(538.com)에서 작가로 일했고, 지금은 Guardian US에서 데이터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모나 샬라비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여론조사는 예측을 위한 필수 요소예요. 그런데 늘 틀려요. 그래서 버려야 할까요. 그럼 다음 선거 예측을 어떻게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