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선거가 있으면 여론조사가 타깃이 된다. 승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후보가 잘했고 열렬히 지지한 사람들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패배하기라도 하면 여론조사 때문에 졌다는 질책을 감수해야 한다.

여론조사는 죄가 없다. 그저 유권자들의 민심을 측정하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패배의 수렁으로 빠지게 하거나 패배할 수밖에 없는 후보를 승리로 이끌 순 없다. 그건 후보 및 선거 캠페인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죄과이거나 공과일 뿐이다.
국내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에서도 만족할 만한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경제가 좋아졌는데 지지율이 왜 이래”라고 말이다. 그런 대통령이 “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뒤진다고 생각하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잘못된 여론조사(Wrong Poll)”라고 했단다.
트럼프에게 뒤진 여론조사는 잘못된 것이고,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낮게 나온 여론조사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둘 다 똑같은 여론조사다. 만약 경제 상황 호전이 대통령 지지율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낮게 나온 여론조사 역시 잘못된 것일 것이다. 그런 여론조사에 기초해 참모나 보좌진에게 불만을 피력하는 건 잘못이다. 결국 여론조사 핑계를 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데 왜 국정 수행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냐고, 또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에 이어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는 등 혁신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왜 이러냐고… 여론조사 관계자들을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론조사는 죄가 없다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고 얘기하라. 설마 그만두라고야 하겠는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