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청룡기 대회에서 광주제일고에 ‘지역 비하’ 응원 구호로 조롱한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간 전국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 긴급 소집돼 배재고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논란을 다뤘다. 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참석했고 이 중 4명이 실제 의결에 나섰으며, 광주일고와 배재고 양측 감독과 해당 경기 심판이 참석해 당일 상황을 진술했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맞대결이었다. 배재고 선수 일부가 경기 도중 상대 더그아웃을 겨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졌다. 앞서 불거졌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행사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었던 탓에 비판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공정위는 확인된 사실관계와 관계자 진술을 근거로, 해당 행위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고 경기 운영 질서를 해쳤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배재고 팀에 전국 대회 출전 정지 6개월 처분을 확정했으며, 이는 2일 열리는 청룡기 2회전부터 곧바로 적용돼 배재고는 해당 경기를 몰수패로 처리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와 협회 자체 공정위 규정을 두루 검토한 결과 ‘경기장 질서 문란’을 징계 근거로 삼았으며, 개인이 아닌 팀 단위 제재인 만큼 ‘경기 방해’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도자와 개별 선수에 대한 처분은 이번 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출전 정지 기간 중 조사를 벌여 대상자를 특정한 뒤 별도로 공정위를 다시 소집해 수위를 정하기로 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중계 영상이 이미 널리 퍼진 만큼 대상자 파악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협회는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여 재발 방지책도 함께 내놓았다. 앞으로 열리는 모든 대회에서는 경기 전 감독들이 참여하는 홈플레이트 미팅 때 부적절한 응원 자제를 사전에 안내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개인이나 단체가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폐해를 일으킨 경우를 가중 처벌 사유로 신설하는 등 대회 운영 규정도 정비하기로 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각계 반응도 뒤따랐다. 5·18 관련 단체들과 교원단체는 이번 응원을 역사·지역 비하로 규정하고 비판 성명을 내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롱을 당한 광주일고 측은 경기 중 별다른 대응 없이 경기를 마쳤지만, 이후 경기장 내 비방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며 협회에 항의 서한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고는 논란 직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오히려 비판이 커지자 사과문을 다시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징계에 그치지 않고 지도자와 학생 선수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갖추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honggasy@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