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535호(2023년 3월 4주)가 집계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즉 지지율은 34%였다. 상당수 언론이 37-36-34-33%로 4주째 하락하던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썼다. 그러나 1주일 만에, 즉 536호(3월 5주)에서 4%포인트 내린 30%를 기록했다.

[사례 2]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570호(2024년 1월 2주)에서 33%였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571호(1월 3주)에선 32%였다. 대다수 언론이 이렇게 보도했다. “1%포인트 내렸다” “소폭 하락했다”
[사례 3]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573호(2024년 2월 1주)에서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29%였다. 거의 모든 언론이 “30%대를 나타냈던 지지율이 9개월 만에 깨졌다”거나 “9개월 만에 20%대”라고 보도했다. 한국갤럽 리포트도 그렇게 기술되어 있고.
외람되지만, 대통령 지지율 보도 사례로 여론조사 리터러시 얘기를 좀 했으면 한다. 첫째, 오차범위 이내 조사결과에 대한 호들갑이다. 여론조사 보도준칙 중 핵심이자 선거관리위원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요건이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알면서도 무시하는 기자가 있지만, 아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례 1]의 경우 3월 1주~3주 조사 때의 대통령 지지율 36%, 34%, 33%는 하락한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지지율이 3월 4주 때 34%로 반등한 것도 물론 아니다. 그저 3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고 써야 한다. [사례 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포인트 내렸다거나 소폭 하락한 게 아니라 “30%대 초반에서 횡보 중”이라고 해야 한다.
둘째, 하나의 조사 대신 여러 조사 속에서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메이저도 그렇지만, 소규모 언론 혹은 온라인 매체 입장에선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하는 여론조사가 유익하고 고마울 것이다.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등 기사 작성에 필요한 신선한 재료를 매주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한국갤럽도 하나의 조사기관에 불과하다. 조사기관들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정확하다거나 신뢰할 만하단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 메이저 조사기관 4곳이 공동으로 조사해 격주로 발표하는 전국지표조사(NBS)를 더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1월 2주와 4주 NBS 조사에서의 대통령 지지율 흐름이 [사례 2] 한국갤럽과 유사하지만, 두 곳 조사결과가 늘 비슷한 건 아니다.
셋째, 성급하고 무모한 예측을 지양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 수치에 기초한 경마식 보도를 쉽게 비판하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 매일 혹은 매주 조사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따라가면서 보도할 수밖에 없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하겠다는 조사를 줄이거나 자제하라고 말릴 순 없지 않나.
문제는 섣부른 예측을 남발하는 경우다. 다음 주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 변화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동전을 던져서 앞뒤가 나올 확률이나 주가 오르내림처럼 말이다. [사례 1]은 기다렸던 지지율 반등이 시작되었다는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고, [사례 3]은 9개월 만에 30%대가 깨졌기 때문에 회복이 힘들 거란 느낌을 준다.
넷째, 심심하고 지루한 수치 변화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는 태생적으로 언론과 불화 관계다. 미미한 지지율 변화에 함부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 표본 500명 혹은 1,000명을 통해 얻은 통계치는 전체 모집단, 즉 만 18세 이상 전국의 유권자 의견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오차범위를 고려한 조사결과 리터러시가 필연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9개월 만에 20%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사례 3]은 잘못된 기사다. 여론조사로 나타난 대통령 지지율은 특정 수치가 아니라 범위로 표기되어야 한다. 29%가 아니라 오차범위를 감안해 29±3.1%, 즉 26~32% 사이 어딘가에 지지율이 위치한다는 의미다. 20%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30% 전후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총선을 2개월가량 앞두고 여론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런 여론조사의 수십 배 달하는 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에게 전달돼 민심이나 판세 파악은 물론 어떤 후보 및 정당에게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지 결정하는데 활용될 것이다.
낙제점 수준의 여론조사 리터러시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쓰레기에 가까운 저질은 말할 것도 없지만, 양질의 여론조사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책무를 망각하고 기대를 저버리면 결국 유권자 몫이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걸 감당하고자 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