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는 가구가 부쩍 늘어났다.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치 얘기 나누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 됐다. 그럼에도 여의도 정가에선 “명절 민심이 선거 승패와 직결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심지어 설날 민심이 총선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거나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 19대부터 2020년 21대까지의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가설은 근거가 미약하다. 설날 민심을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율과 실제 총선 결과 간에 일치는 고사하고 상관관계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명절 민심이 중요하긴 하지만, 총선 승패에 결정적이지 않은 이유를 살펴봤다.
우선, 설날 민심은 총선 한해 전 추석 민심과 일관성이 없다. 서로 일치하기도 또 어긋나기도 한다. 20대와 21대의 경우 추석과 설날 민심이 비슷했다. 20대의 경우 새누리당은 41.0%, 42%, 새정치민주연합은 21.0%, 20%였다. 21대 역시 더불어민주당은 37.0%, 34%, 자유한국당은 23.0%, 21%로 비슷한 지지율이 유지됐다.
그러나 19대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이 추석 때는 35.4% 대 22.1%로 13.5%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설날엔 27% 대 28%로 박빙이었다. 어떤 선거든 가닥이 잡히기만 하면 커다란 흐름이나 전체 구도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19대 총선처럼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뛰어넘는 지지율 변화가 나타나면 총선 판세 예측은 불가능 영역이다.
둘째, 투표일에 가깝다는 점에서 총선이 실시되는 해의 설날 민심이 한해 전 추석보다 총선 결과에 더 일치하거나 상관관계가 더 높아야 하지만, 그런 경향을 찾아볼 수 없다. 추석과 설날 민심이 비슷했던 20대와 21대 총선도 그렇지만, 특히 19대 총선에선 추석과 설날 중 어떤 민심이 실제 총선 결과와 더 가까운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령, 20대 총선 결과에 비추어볼 때 설날 때의 양당 지지율 격차가 추석보다 줄어들어야 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9대에선 추석 때의 양당 지지율 격차 13.3%포인트가 설날 때 박빙으로 줄어들었지만, 실제 총선에선 지역구 득표율이 다시 5.4%포인트로 늘어나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기도 했다.
셋째, 설날 민심이 총선 직전 3월 한 달 동안의 민심과 추세적 연속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9대의 경우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추석 때 13.3%포인트였는데, 설날에 비슷해졌다가 3월 한 달 평균 5%포인트로 다시 격차가 벌어졌고 실제 총선에서 지역구 득표율(5.4%)과 거의 일치했다. 최종 결과와 유사했지만, 추세적 연속성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반면 20대와 21대 때엔 어느 정도 연속성이 나타났지만, 최종 결과와의 일치 여부는 언급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20대의 경우 추석, 설날, 3월까지의 양당 지지율 격차가 20%, 22%, 17%포인트였지만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양당의 지역구 전체 득표율 격차는 1.3%포인트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21대 경우에도 양당 지지율 격차가 14%, 13%, 16%포인트였지만, 지역구 전체 득표율 격차는 8.4%포인트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설날 때의 양당 지지율 격차가 실제 의석수 차이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검증할 방법이 없다. 알다시피 선거여론조사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가장 간단한 기준은 1위 후보 혹은 정당을 맞혔느냐다. 2위 후보 혹은 정당과의 실제 지지율 격차에 상관없이 말이다. 명절 민심에서 1위를 차지한 정당과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 간 일치 여부로만 판단한다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설날 민심의 예측력을 그나마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절 때 나타난 양당 지지율 격차가 실제 총선 결과, 즉 지역구 득표율이나 의석수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여줄 것인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다. 가령, 20대 총선 이전의 설날 민심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가 20%가량이었지만, 실제 결과는 의석수 1석 차이란 박빙에 그쳤다. 반면 21대에선 추석과 설날 때의 양당 지지율 격차(13~14%포인트)에 버금가는 의석수, 즉 180석 대 103석이란 커다란 차이를 나타냈다.
역대 총선 전 설날 민심이 최종 투표 결과의 바로미터가 될 수 없는 건 공천 쇄신과 내홍, 막말 파문 등 막판 변수들 때문이다. 18대의 경우 한나라당 쪽은 공천 학살을 당한 무소속 친박연대, 민주당 쪽은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공천 혁명이 변수였다. 19대엔 한나라당 쪽은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민주당 쪽은 김용민 막말 파문이 있었고, 20대엔 새누리당 쪽에서 친박계 전횡에 의한 막장 공천과 ‘옥새 파동’, 21대의 경우 민주당 쪽은 수도권 돌려막기 공천에 의한 중도층 외면, 한나라당 쪽은 차명진 막말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설날 민심은 물론 3월 한 달, 즉 총선 직전 1개월 동안의 민심조차 최종 결과 예측에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 역대 총선의 교훈이다. 스포츠 경기에 비유할 수 있다. 야구에서 9회 말 투아웃이라도 안심해선 곤란하고, 골프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동시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단 얘기다. 22대 총선 투표일 4월 10일까지 말이다.
분석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와 통계표, 질문지 등은 한국갤럽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