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달리기…군 체력검정은 무엇을 측정할까
- 횟수 많이 채운다고 끝 아니다…팔굽혀펴기부터 ‘정확한 자세’가 먼저
- 군 기준은 훈련된 장병 대상…평소 운동 안 했다면 기록보다 안전부터

군 복무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팔굽혀펴기 횟수를 세고 운동장을 달리며 기록을 재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어떻게든 기준을 넘기는 데 관심이 쏠렸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팔굽혀펴기는 몇 개나 할 수 있을까. 3㎞를 쉬지 않고 뛸 수는 있을까.
10월 1일인 오늘은 국군의 날이다.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체력검정을 생활체육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군의 체력검정은 단순히 ‘힘이 센 사람’을 가려내는 시험이 아니다. 달리기와 팔굽혀펴기 같은 서로 다른 운동을 통해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 등 임무 수행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다만 군 체력검정은 어디까지나 훈련된 장병을 대상으로 한 평가다. 대신 어떤 체력을 측정하는지 이해하고 현재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면 꽤 재미있는 기초체력 테스트가 될 수 있다.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3㎞ 달리기…군인은 어떤 체력을 측정할까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상 체력검정 대상에는 현역 장교와 준사관, 부사관, 병뿐 아니라 사관생도와 후보생, 군무원 등이 포함된다. 검정 목적도 개인 건강과 부대 전투력 유지로 명시돼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군 체력검정 종목은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달리기다. 실제 육군 학군단 교육과정에서도 3㎞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가 체력검정과 체력단련 종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수 임무나 선발 과정에서는 턱걸이, 수영, 부상자 운반 등 다른 종목을 추가하기도 한다.
종목마다 보는 체력도 다르다. 3㎞ 달리기는 일정 시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심폐지구력을 확인하는 데 가깝다. 팔굽혀펴기는 가슴과 어깨, 팔뿐 아니라 몸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작을 반복해야 해 상체와 몸통의 근지구력이 필요하다. 윗몸일으키기는 몸통을 반복적으로 굽히는 동작을 통해 근지구력을 평가해 온 대표적인 종목이다.
체력을 이 몇 가지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국민체력100’도 성인의 체력을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등의 건강체력과 민첩성·순발력 등 운동체력으로 나눠 평가한다. 한 사람이 팔굽혀펴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유연성이나 심폐지구력까지 반드시 좋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국방부 공공데이터 포털에는 ‘연도별 장병 체력검정 기준 정보’가 공개돼 있다. 이 자료는 종목과 구분, 성별, 연령 하한·상한, 등급, 기록 기준 범위를 구분해 제공한다. 따라서 자신의 기록과 비교하고 싶다면 먼저 성별과 연령, 적용 군과 기준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 다만 군 기록표의 숫자는 재미있는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이 기록이면 내 체력이 정상’이라는 건강 판정표는 아니다.
팔굽혀펴기 많이 하면 장땡?…몸이 무너지면 ‘한 개’가 어렵다

팔굽혀펴기는 장소나 장비가 거의 필요 없어 쉬워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자세로 반복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본은 머리부터 몸통, 다리까지 가능한 한 일직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손으로 바닥을 밀어낼 때 허리가 아래로 처지거나 엉덩이가 위로 솟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려갈 때는 팔꿈치만 조금 굽혔다 다시 펴는 ‘반쪽짜리’ 동작보다는 충분한 가동범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 체력검정에서 사용돼 온 공식 실시요령 역시 자세를 엄격하게 봤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종목별 실시요령 자료에서는 팔굽혀펴기를 할 때 머리부터 다리까지 일직선을 유지하고, 팔을 충분히 굽혔다 펴지 않으면 횟수로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일반인이 따라 할 때는 숫자보다 자세가 먼저다. 처음부터 최대 횟수를 채우려고 속도를 높이면 몸통이 흔들리고 어깨와 팔꿈치, 손목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확한 자세로 할 수 있는 횟수를 먼저 확인한 뒤 조금씩 늘리는 편이 낫다.
윗몸일으키기도 비슷하다. 전통적인 군 체력검정 방식에서는 발을 고정하고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켜 팔꿈치가 무릎에 닿도록 하는 방식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윗몸일으키기가 현대적인 체력평가에 적합한 종목인지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올해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의 ‘한국군사학논집’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윗몸일으키기가 몸통의 안정화 능력보다는 반복적인 몸통·고관절 굴곡 능력을 주로 평가한다는 한계를 짚었다. 연구자는 전투 임무와의 관련성, 척추 부담 등을 고려할 때 플랭크처럼 몸통 안정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평가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결국 팔굽혀펴기 50개, 윗몸일으키기 60개라는 숫자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정확한 자세로 몇 개를 할 수 있는가’다.
3㎞ 한번 뛰어볼까?…처음부터 기록 재면 마지막 1㎞가 길어진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집에서도 시험해볼 수 있지만 3㎞ 달리기는 이야기가 다르다. 평소 뛰지 않던 사람이 ‘군 체력검정 한번 해보자’며 처음부터 3㎞ 기록 측정에 나서는 것은 권하기 어렵다.
우선 3㎞가 어느 정도 거리인지부터 감을 잡아보자. 400m 육상 트랙이라면 7바퀴 반이다. 15분에 완주하려면 1㎞당 평균 5분, 18분이라면 1㎞당 6분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평소 러닝을 하지 않았다면 기록 측정보다 먼저 3㎞를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좋다. 빠르게 걷다가 짧게 뛰는 과정을 반복하고, 이후 달리는 구간을 조금씩 늘려간다.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시간을 재는 순서다.
기록에 도전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출발부터 너무 빨리 뛰는 것이다. 첫 500m에서 숨이 찰 정도로 속도를 올리면 뒤로 갈수록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다소 여유 있다고 느끼는 속도로 출발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
운동 전 준비도 필요하다. 바로 전력으로 뛰기보다 걷기와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덥히고 발목과 무릎, 고관절 등을 움직여 몸을 운동 상태로 전환한다. 오래 신어 밑창이 심하게 닳은 운동화나 평소 신지 않던 신발을 신고 기록에 도전하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다.
달리는 도중 무릎이나 발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생기거나 평소와 다른 가슴 불편감, 심한 어지럼증 등이 나타난다면 ‘3㎞만 채우자’며 버티는 것은 금물이다. 목표는 완주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현재 체력을 확인하는 데 있다.
‘나는 몇 급?’보다 중요한 질문…지금 기록 측정해도 괜찮을까

군 체력검정 기준을 따라 해보는 데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군인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군 체력검정은 평소 훈련을 받는 장병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 ‘부대관리훈령’조차 심신장애나 사고·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체력검정을 받기 어려운 경우 군의관 소견과 지휘관 확인 등을 거쳐 해당 연도 검정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체력100은 더 직접적인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체력측정에 앞서 사전 신체상태를 문진하고, 문진 문항 가운데 한 항목 이상 ‘예’에 해당하면 측정을 제한한다. 측정 당일 혈압이 수축기 160㎜Hg 또는 이완기 100㎜Hg 이상인 경우에도 체력측정을 제한한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3㎞ 달리기를 하루에 연달아 최대 강도로 수행할 이유도 없다. 첫날에는 팔굽혀펴기 자세와 현재 가능한 횟수를 확인하고, 다른 날 걷기나 가벼운 조깅으로 달리기 수준을 살펴보는 식으로 나눠도 충분하다.
특히 기존 심혈관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이 있거나 운동 강도를 제한하라는 의료진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라면 군 기록표보다 자신의 건강상태가 우선이다.
체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면 군 기록표 대신 국민체력100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성인기인 만 19~64세는 심폐지구력과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등을 측정하고 연령과 성별에 따른 인증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검사를 마치면 체력평가와 운동처방도 받을 수 있다.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체력검정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현재 몸 상태를 확인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전 군 복무 당시 기록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다만 목표가 반드시 ‘특급’일 필요는 없다.
오늘 정확한 자세로 팔굽혀펴기 10개를 했다면 다음에는 11개가 목표가 될 수 있다. 3㎞를 뛰기 버겁다면 먼저 30분을 편안하게 걷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군 체력검정표가 알려주는 것은 결국 숫자다. 그 숫자를 건강한 체력으로 바꾸는 것은 무리한 한 번의 기록 도전이 아니라 꾸준히 움직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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