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하다

라이프2026-07-28
[운동, 하다] 바다는 수영장이 아니다…해수욕장 들어가기 전 ‘5분 준비운동’
  • 차가운 물과 불규칙한 파도, 몸에는 수영장과 전혀 다른 운동 환경
  • 발목부터 어깨까지 네 가지 동작으로 경련·염좌·근육 손상 위험 낮춰야
  • 쥐 나면 무리하게 버티지 말고 부력 확보…준비운동 뒤에도 천천히 입수해야
해수욕장 입수 전 모래사장에서 런지와 어깨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고 있는 피서객들. 바다는 수영장과 달리 수온과 파도, 불규칙한 지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준비운동이 안전한 물놀이의 첫걸음이다. (이미지=AI로 생성)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바다로 향하는 피서객이 늘고 있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을 지나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은 여름휴가의 묘미다. 하지만 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가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드는 행동은 생각보다 몸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바다는 수영장과는 몸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바닷물은 체온과 큰 차이가 나고, 발밑의 모래와 해저 지면은 고르지 않다. 파도와 조류는 몸을 계속 밀고 당기며 균형을 흔든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도 차가운 물과 불안정한 지면, 갑작스러운 전신 움직임이 한꺼번에 겹치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종아리에 쥐가 나고, 어깨와 허리 등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갑작스러운 냉수 입수는 호흡에도 영향을 미친다. 차가운 물에 갑자기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헐떡임(gasp)’과 과호흡이 나타나는 ‘냉수 충격 반응(Cold Shock Response)’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얼굴까지 한꺼번에 물에 잠기면 당황해 물을 들이마실 위험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냉수에 처음 노출되는 순간에는 호흡이 급격히 불안정해질 수 있는 만큼, 준비운동을 마친 뒤에도 다리부터 천천히 물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수욕장 준비운동은 단순히 몸을 푸는 절차가 아니다. 불안정한 모래 위에서도 발목과 무릎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체를 활성화하고, 파도에 대응할 코어와 수영에 필요한 어깨를 미리 움직이며, 심박수와 호흡을 서서히 높이는 과정이다. 물에 들어가기 전 단 5분이라도 몸을 충분히 깨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가운 물과 모래, 파도까지…바다에서는 몸 쓰는 방식이 달라진다

얕은 스쿼트와 어깨 돌리기 등 하체와 상체를 함께 풀어주는 준비운동. 발목부터 종아리·허벅지·엉덩이·어깨·코어 순으로 5분 정도 몸을 풀면 근육 경련과 관절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지=AI로 생성)

모래사장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평지보다 발목과 종아리가 훨씬 쉽게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모래가 밀리거나 발이 안쪽으로 빠지면서 발목 주변 근육이 계속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 없이 모래 위를 달리거나 파도를 피해 급하게 방향을 바꾸면 발목 염좌나 무릎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물속에 들어가면 이번에는 상체와 코어에 부담이 커진다. 파도가 밀려올 때 몸이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과정에서 복부와 허리, 엉덩이 근육이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튜브를 붙잡거나 헤엄칠 때는 어깨 관절을 반복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물살을 이겨내기 위해 평소보다 큰 동작을 사용하면 허벅지와 종아리의 피로도도 빠르게 쌓인다.

여기에 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많이 흘린 상태라면 근육 경련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근육 경련은 단순히 바닷물이 차가워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근육 사용과 피로, 수분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무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활동하며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무너져 팔과 다리, 복부 등에 근육 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해수욕장에 도착한 뒤에는 가만히 서서 근육만 오래 늘리는 정적 스트레칭보다 걷기와 관절 회전, 스쿼트처럼 실제 움직임을 포함한 동적 준비운동으로 체온과 심박수를 서서히 높이는 것이 좋다. 반대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무리하게 스트레칭하거나 모래 위에서 과도하게 점프하는 동작은 오히려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발목부터 어깨까지 5분…부상 위험 낮추는 네 가지 준비운동

해수욕장 입수 전 따라 하기 쉬운 4가지 준비운동 예시.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주변 근육을 순서대로 풀어주면 해변의 불규칙한 지면과 차가운 바닷물에 보다 안전하게 적응할 수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① 가볍게 걷고 발목 깨우기…모래 위 ‘삐끗’ 막는 첫 단계

준비운동은 단단하고 평평한 모래나 해변 산책로를 1~2분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한다. 걷는 동안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어 체온을 높이고 호흡을 조금씩 끌어올린다. 이어 한쪽 발끝을 바닥에 가볍게 댄 상태에서 발목을 안팎으로 각각 5~10회 천천히 돌린다. 균형 잡기가 어렵다면 동행자의 어깨나 난간을 잡고 실시해도 된다.

다음에는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린 뒤 뒤꿈치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내리는 카프 레이즈(Calf Raise)를 10회 정도 실시한다. 발목 주변과 종아리 근육을 활성화해 모래 위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파도를 버틸 때 필요한 안정성을 높이는 동작이다.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모래사장을 달리거나 갑자기 뛰면 발목이 안팎으로 꺾이며 염좌가 발생할 수 있다. 삐끗한 뒤 통증이나 부종이 나타난다면 즉시 물놀이를 중단하고 다친 부위를 쉬게 해야 한다. 수건으로 감싼 냉찜질을 15~20분 정도 시행하고, 가능하면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붓기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발을 디디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있거나 변형이 보이고 부기가 빠르게 심해진다면 골절 가능성도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② 스쿼트와 런지…무릎·허벅지에 갑자기 힘 쏠리는 상황 대비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며 얕은 스쿼트(Squat)를 8~10회 실시한다. 무릎은 발끝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고 안쪽으로 모이지 않도록 한다. 깊게 앉기보다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딘 뒤 양쪽 무릎을 살짝 굽혔다 펴는 런지(Lunge)를 좌우 각각 5회씩 실시한다. 무릎이 불편한 사람은 보폭을 줄이거나 런지 대신 제자리에서 무릎을 번갈아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대체해도 충분하다.

스쿼트와 런지는 파도가 밀려올 때 하체로 균형을 잡고, 물속에서 방향을 바꾸는 데 필요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활성화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도를 피해 갑자기 뛰거나 깊은 모래에서 강하게 발을 차면 허벅지 뒤쪽 근육이나 종아리에 무리가 가고 무릎 주변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근육이 갑자기 당겼다면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더 이상 뛰거나 수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벼운 통증이라면 휴식을 취하면서 냉찜질을 하고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강한 스트레칭은 피한다. ‘뚝’ 하는 느낌과 함께 심한 통증이나 멍, 부종, 근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근육이나 힘줄 손상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③ 팔 크게 돌리고 가슴 열기…수영 전 어깨 관절 준비

양팔을 옆으로 벌린 뒤 작은 원을 그리며 시작해 점차 범위를 넓혀 앞뒤로 각각 10회씩 돌린다. 이어 양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했다가 뒤로 크게 벌리는 동작을 10회 반복하고, 몸통도 좌우로 천천히 회전해 가슴과 등 주변 근육까지 함께 풀어준다.

어깨 관절은 수영뿐 아니라 튜브나 보디보드를 붙잡고 버티거나 어린아이를 안아주는 동안에도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준비 없이 팔을 크게 휘두르거나 파도 속에서 물을 강하게 저으면 어깨 주변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어깨 통증이 생겼다면 ‘조금 더 움직이면 풀리겠지’라고 생각하며 수영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팔을 머리 위로 올리기 어렵거나 통증이 계속된다면 물놀이를 중단하고 충분히 휴식한 뒤 냉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어깨 모양이 달라졌거나 팔을 거의 움직일 수 없고 감각 저하까지 동반된다면 탈구나 골절 가능성이 있으므로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말고 119 또는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④ 무릎 들기와 몸통 회전…파도에 밀리지 않도록 코어 깨우기

마지막으로 제자리에서 무릎을 허리보다 약간 낮은 높이까지 번갈아 들어 올리며 20~30초 동안 가볍게 움직인다. 이어 두 손을 가슴 앞에 둔 채 골반은 정면을 유지하고 몸통만 좌우로 10회 정도 천천히 회전한다. 허리에 통증이 있는 사람은 회전 범위를 줄여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실시한다.

이 동작은 파도에 몸이 흔들릴 때 자세를 유지하는 복부와 허리, 엉덩이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코어 근육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파도를 버티거나 물속에서 갑자기 몸을 비틀면 허리 근육과 주변 연부조직에 부담이 가해져 통증이나 경직이 나타날 수 있다.

허리를 삐끗했다면 무리하게 허리를 숙이거나 몸을 비틀지 말고 통증이 덜한 자세에서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다리 저림이나 근력 저하, 감각 이상이 동반되거나 통증이 매우 심하다면 즉시 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파도에 넘어지면서 머리나 목을 부딪혔다면 스스로 일어나려 하기보다 주변 사람이나 안전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준비운동을 했어도 뛰어들면 위험…물은 다리부터 천천히

준비운동을 마친 뒤 바닷물을 팔과 가슴에 천천히 적시며 수온에 적응하는 모습. 갑작스럽게 뛰어들기보다 발과 다리부터 물에 익숙해지고 지정 수영구역과 안전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한 입수 방법이다. (이미지=AI로 생성)
 

준비운동을 마쳤다고 곧바로 머리부터 물속으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먼저 발과 다리부터 물에 들어가 수온을 확인한 뒤 손과 팔, 얼굴과 가슴 순으로 천천히 물을 적시며 몸이 차가운 물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호흡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만약 갑자기 숨이 가빠지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말고 즉시 물 밖으로 나와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차가운 물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일시적으로 호흡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닥의 깊이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이빙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물놀이 사고가 저산소증과 저체온증, 심정지뿐 아니라 다이빙 과정에서 머리나 목이 바닥에 부딪혀 경추와 척추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속에서 종아리나 발바닥에 근육 경련이 발생했다면 당황해 몸부림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튜브나 구명조끼 등 부력을 확보하고 동행자나 안전요원에게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등을 물에 띄워 얼굴이 물 밖에 있도록 유지하면서 호흡을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경련이 가라앉더라도 곧바로 다시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말고 물 밖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도 무턱대고 맨몸으로 구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구조자 역시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즉시 안전요원이나 119에 신고하고 구조용 튜브, 밧줄, 긴 막대처럼 물 밖에서 전달할 수 있는 장비를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구조자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한 구조 장비를 사용하고 신속히 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음주 후 수영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술은 판단력과 균형감각을 떨어뜨리고 위급 상황에서의 대응 속도를 늦춰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인다. 또한 안전요원이 배치된 지정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고, 구명조끼 착용이 필요한 활동에서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제품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는 물론 수영에 익숙한 성인이라도 파도와 조류가 강한 바다에서는 안전수칙을 우선해야 한다.

시원한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누구보다 먼저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발목과 하체, 어깨와 코어를 차례로 깨우고 몸이 차가운 물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준 뒤 천천히 입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시작이다. 해수욕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운동은 바닷속 수영이 아니라 모래사장에서 시작하는 5분 준비운동이다.

해수욕장 입수 전 체크리스트

□ 안전요원 배치 여부와 수영 가능 구역을 확인했다.

□ 음주하지 않았고 몸 상태가 좋다.

□ 1~2분 걸으며 체온과 호흡을 충분히 끌어올렸다.

□ 발목 돌리기와 카프 레이즈를 실시했다.

□ 스쿼트와 런지로 하체를 충분히 활성화했다.

□ 팔 돌리기와 가슴 열기로 어깨 관절을 준비했다.

□ 무릎 들기와 몸통 회전으로 코어를 깨웠다.

□ 발과 다리부터 천천히 물에 들어가 수온을 확인한다.

□ 구명조끼·튜브 등 필요한 안전장비를 착용하거나 준비했다.

□ 근육 경련이나 통증이 생기면 즉시 물 밖으로 나올 계획을 세웠다.

□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면 맨몸 구조보다 119 신고와 구조 장비를 우선한다.

황주영 기자
라이프2026-07-16
[운동, 하다] 오늘도 1만 보 채우셨나요? 걸음 수보다 먼저 봐야 할 네 가지
  • 7000보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운동 처방은 아냐
  • 같은 걸음 수라도 평소 활동량·강도·좌식시간에 따라 효과 달라
  • 체력 높이려면 걷기에 근력 운동과 회복 관리까지 더해야
같은 1만 보라도 걷는 방식과 강도, 생활 패턴에 따라 운동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저녁 10시, 스마트워치에 9320보가 찍혀 있다. 목표까지 남은 걸음은 680보. 집 안을 몇 바퀴 돌고 나면 마침내 ‘1만 보 달성’이라는 축하 알림이 뜬다. 오늘도 운동을 제대로 마쳤다는 안도감이 따라온다. 그런데 이렇게 채운 1만 보는 정말 ‘운동을 잘한 하루’를 뜻할까.

걸음 수에는 출퇴근길 이동과 장보기, 집안일처럼 하루 동안 발생한 모든 보행이 포함된다. 오래 앉아 있다가 저녁에 몰아서 걸은 1만 보와 일정한 속도로 빠르게 걸으며 틈틈이 몸을 움직인 1만 보는 숫자는 같아도 신체에 주는 자극이 다르다.

질병관리청은 골격근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신체 움직임을 ‘신체활동’으로 정의한다. 운동은 그중에서도 체력이나 건강을 개선할 목적으로 계획적·구조적·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다. 걸음 수가 하루에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면, 운동의 강도와 효과는 그 숫자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1만 보보다 적게 걸어도 상당한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7000보’가 새로운 목표처럼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목표 수치를 1만 보에서 7000보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숫자를 채웠는지가 아니라 평소보다 얼마나 더 움직였고, 어느 정도 강도로 걸었으며,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였는지다.

1만 보 대신 7000보? 연구 속 숫자는 출발점에 가깝다

7000보 연구의 핵심은 새로운 절대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출발점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데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2025년 국제학술지 ‘랜싯 퍼블릭 헬스(The Lancet Public Health)’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용량-반응 메타분석은 성인의 하루 걸음 수와 여러 건강 결과의 관계를 종합했다.

연구진이 35개 코호트에서 나온 57개 연구를 검토한 결과, 하루 7000보를 걸은 집단은 2000보를 걸은 집단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47% 낮은 연관성을 보였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25%, 치매 위험은 38%, 우울 증상 위험은 22% 낮았다.

특히 활동량이 매우 적은 사람이 걸음 수를 늘릴 때 건강상 이득이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일부 건강 결과에서는 7000보를 넘긴 뒤에도 걸음 수가 증가할수록 추가적인 이점이 관찰됐다.

다만 7000보가 질병 예방 효과가 시작되는 정확한 경계선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걸음 수와 건강 결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관찰연구들을 종합한 것이다. 6999보와 7000보 사이에 생리적인 경계가 있거나, 7000보를 걷기 시작하면 누구나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도 1만 보를 잘못된 목표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미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1만 보 이상이 유효한 목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평소 활동량이 적거나 1만 보 달성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7000보가 보다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1만 보 대신 무조건 7000보를 걸으라’가 아니다. 지금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출발점에서 활동량을 조금씩 늘리면 건강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데 가깝다.

같은 1만 보도 효과가 다른 이유…먼저 확인할 네 가지

-첫 번째는 ‘출발점’…평소보다 얼마나 더 움직였나

걷기의 평가는 절대적인 숫자보다 자신의 평균 활동량과 비교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AI로 생성)

평소 하루 2500보를 걷던 사람이 5000보까지 활동량을 늘렸다. 다른 사람은 평소 9000보를 걷다가 이날 1만 보를 채웠다. 걸음 수만 보면 두 번째 사람이 더 많이 걸었지만, 몸이 받아들인 변화의 크기는 첫 번째 사람이 더 클 수 있다.

전자는 기존 활동량을 두 배로 늘린 반면, 후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기존 걸음 수 연구에서도 건강상 이득은 활동량이 매우 적은 구간에서 걸음 수가 증가할 때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하나의 목표치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보다 자신의 평균 활동량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활용한다면 하루 최고 기록보다 최근 1주일의 평균 걸음 수를 살펴보는 편이 낫다. 평소 3000보 안팎이라면 당장 1만 보에 도전하기보다 4000~5000보처럼 실천 가능한 수준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반대로 일상에서 이미 1만 보 가까이 걷는 사람이라면 걸음 수를 더 늘리는 것만으로 원하는 체력 향상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숫자보다 걷는 속도와 운동 시간을 점검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강도’…숨과 심장 박동이 달라졌나

많이 걷는 것과 운동 강도가 충분한 걷기는 같은 의미가 아닐 수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대형마트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은 3000보와 출근길에 일정한 속도로 빠르게 걸은 3000보는 같은 운동으로 보기 어렵다.

두 활동 모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심폐체력을 높이는 유산소 운동으로 평가하려면 얼마나 빠르고 힘들게 걸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중강도 신체활동을 안정 상태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다소 가빠지는 수준으로 설명한다. 일상에서는 숨이 약간 차지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정도가 중강도를 가늠하는 실용적인 기준이다.

여러 성인 보행 연구에서는 분당 약 100보가 중강도 걷기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제시됐다. 다만 같은 속도라도 나이와 키, 체력, 질환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전체 걸음 수 가운데 일정 시간 이상 빠르게 걸은 구간이 있었는지, 걷는 동안 호흡과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높아졌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소 이동량은 충분하지만 심폐체력을 높이고 싶다면 편안하게 걷는 구간 사이에 빠른 걸음을 짧게 넣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

많이 걷는 것과 제대로 운동하는 것은 반드시 같은 말이 아니다.

-세 번째는 ‘좌식시간’…저녁의 1만 보가 낮 시간을 지워주지는 않는다

하루 한 번의 운동과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일은 서로 다른 건강 과제다. (이미지=AI로 생성)

퇴근 후 한 시간 동안 걸어 1만 보를 채웠다. 하지만 업무 중에는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경우 걸음 수 기록만으로 하루의 움직임이 충분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한 차례 걷기 운동을 하는 것과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일은 함께 관리해야 할 서로 다른 과제다.

질병관리청의 신체활동 지침은 성인에게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권하는 동시에 하루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도록 제시한다. 일부 실험 연구에서는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을 짧은 걷기로 자주 끊었을 때 식후 혈당과 중성지방 반응이 완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저녁에 운동했다는 이유로 낮 동안의 좌식 생활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업무 중 한 시간에 한 번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통화할 때 걸으며, 가까운 거리는 직접 이동하는 방식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끊는 것이 좋다.

별도의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출퇴근과 점심시간, 업무 중 이동을 활용해 여러 차례 나눠 걸을 수 있다. 여기에 빠르게 걷는 시간을 일부 더하면 좌식시간 감소와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챙길 수 있다.

-네 번째는 ‘회복’…다음 날까지 통증이 남지는 않았나

걷기 목표를 채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통증 없이 지속할 수 있는 몸 상태다. (이미지=AI로 생성)

목표까지 2000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릎 통증을 참고 걸음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워치에는 ‘목표 달성’으로 기록되지만, 몸에는 무리가 쌓였을 수 있다.

걷는 동안 발바닥이나 발목, 무릎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보행 자세가 달라진다면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음 날까지 관절 통증과 심한 피로가 이어진다면 현재 운동량이 몸의 적응 수준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청은 신체활동 계획을 세우기 전 개인의 건강과 체력 수준을 확인하고 적절한 강도와 양을 선택하도록 권고한다.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활동량을 늘릴 때도 한 번에 걸음 수를 크게 높이기보다 낮은 수준에서 시작해 시간과 빈도, 강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하는 편이 안전하다.

가슴 통증이나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이 나타나거나 관절 부종과 통증이 지속된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걷기의 목표는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통증 없이 꾸준히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있다.

체력·체중·건강 관리…목적이 다르면 걷는 방법도 달라진다

체력 향상과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걷기와 함께 근력 운동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심폐체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체 걸음 수와 별도로 중강도 이상으로 걸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만 19~64세 성인에게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권고한다. 여기에 주요 신체 부위를 활용하는 근력 운동을 주 2일 이상 하고, 앉아 있는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기본 지침이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1만 보 달성만으로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걷기로 소비하는 에너지는 속도와 거리, 체중, 지형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운동 뒤 식사량이 늘면 걷기로 만든 에너지 소비가 상쇄될 수도 있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식사 관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려면 개인의 건강과 체력 수준에 따라 주당 약 250~300분의 중강도 신체활동이 권고된다.

고령층에게는 걷기 외에 근력과 균형 능력을 높이는 운동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만 65세 이상에게 유산소 신체활동과 주 2일 이상의 근력 운동에 더해 낙상 예방을 위한 평형성 운동을 주 3일 이상 하도록 권고한다.

매일 많이 걸어도 하체 근력과 균형 능력이 부족하면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운동 요소가 빠질 수 있다. 걷기는 좋은 운동이지만 모든 운동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결국 걸음 수는 하루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계기판에 가깝다. 자동차 계기판에 표시된 숫자 하나만으로 차량 전체의 상태를 판단할 수 없듯, 걸음 수만으로 운동 강도와 심폐체력, 근력, 회복 상태까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체크리스트, 오늘 몇 보 걸었는지보다 먼저 확인할 것

□ 최근 1주일 평균보다 활동량이 늘었는가

□ 숨이 약간 찰 정도로 걸은 시간이 있었는가

□ 오래 앉아 있던 시간을 중간중간 끊었는가

□ 걷기 외에 근력 운동도 주 2일 이상 하고 있는가

□ 걷는 동안 자세가 무너지거나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 운동 다음 날까지 심한 피로나 관절 통증이 남지 않았는가

□ 체력 향상·체중 관리 등 자신의 목적에 맞게 걷고 있는가

1만 보는 걷기를 생활화하는 유용한 목표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에 뜨는 축하 알림이 몸의 상태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오늘 몇 보를 걸었는지보다 평소보다 더 움직였는지, 숨이 찰 만큼 걸었는지, 통증 없이 내일도 걸을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황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