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연쇄 해킹은 금융보안원이 지난 9월 17일 AI 에이전트 공격 사례를 공유하며 상시 점검을 경고한 지 2주여 만에 금융회사 7곳에서 잇따라 불거졌다.
사전 경고에도 피해를 막지 못하면서 업계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금융보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보안원은 당시 ‘금융 AI 보안 위협 대응 세미나’를 열고 금융회사 보안 담당자 160여 명에게 국내 금융회사를 겨냥한 AI 에이전트 공격 사례와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세미나에서 공개된 사례는 국내 금융회사 A사를 노린 공격이다. 공격자는 딥시크 기반 AI 에이전트에 금융권이 쓰는 오라클 웹로직 서버를 찾도록 지시한 뒤, 이튿날 곧바로 해당 서버의 원격명령실행(RCE) 취약점을 악용해 웹셸을 심었다. 이어 웹셸을 발판 삼아 내부의 다른 서버까지 탐색했지만, 공격자가 추가 악성코드를 내려받기 직전 A사가 이를 탐지해 차단했다. 보안업계는 AI가 공격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대량의 자산을 훑어 표적을 고르는 정찰 단계가 자동화되면서 공격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고 분석한다.
금융보안원은 연 1~2회 수준의 취약점 진단으로는 빠르게 진화하는 공격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인터넷에 노출된 서버와 업무시스템을 상시 측정·검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경고 이후 실제 피해가 잇따라 드러났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침입이 확인된 곳은 KB국민·신한·하나·BNK부산은행 등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을 합쳐 모두 7곳이다. 신한은행에서는 대출모집인 조회 서비스를 통해 고객 2만5729명의 이름·연락처·연소득·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예가람저축은행에서도 약 4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 119명, 하나은행 89명, 현대캐피탈 대출모집인 146명, BNK부산은행 외주 개발자 11명의 정보도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은 법인 고객 정보가 최대 2200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신고했다. 개인 피해만 6만6000여 명에 이른다. 피해 금융사 7곳 가운데 5곳의 관계자는 앞서 세미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은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아닌 대출모집인 조회 페이지, 직원용 모바일 앱 등 외부와 연결된 업무지원 시스템에 집중됐다. 핵심 결제망과 예금계좌는 뚫리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고객 자금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보안업계는 공격자가 중국에서 개발된 오픈소스 자동 침투테스트 도구 ‘아르텍스’에 딥시크 등 대규모언어모델을 결합해 공격을 자동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공격자가 금전적 동기를 지닌 중국어 사용자일 가능성을 ‘중간 수준의 신뢰도’로 평가하면서도, 특정 국가나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세미나 사례가 보안 패치를 적용하지 않은 외부 솔루션의 취약점을 노린 것과 달리, 이번 연쇄 공격은 금융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웹 서비스의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사전 경고만으로 피해를 모두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지난 4일 업권 협회장들과 긴급회의를 열었고, 공격에 쓰인 고유 IP 28개를 금융권에 공유하며 전 업권에 긴급 점검을 요청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을 오는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유사한 접근 정황만 확인됐을 뿐 실제 피해는 없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익이 늘었는데도 보안 투자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창민 의원은 반복해서 지적된 취약점을 관리하지 못한 금융사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국감에서 따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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