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재테크2026-11-06 10:17

‘검은 금요일’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미국발 AI 반도체 투매에 5천피 무너져

코스피가 6일 개장 직후 8% 넘게 폭락해 올해 11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미국 AI 반도체주 투매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했고, 장중 5,000선은 9개월 만에 무너졌다.

김희빈 기자

코스피가 6일 개장 직후 8% 넘게 폭락하면서 올해 11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장중 5,000선도 9개월 만에 무너졌다. 간밤 미국 증시를 휩쓴 인공지능(AI) 반도체주 투매가 국내 증시로 고스란히 옮겨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0.54포인트(2.24%) 내린 5,263.26으로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빠르게 키웠고, 하락률이 8%를 넘어선 오전 9시 3분께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멈췄다. 오전 9시 8분 기준 지수는 전날 종가 5,383.80보다 460.33포인트(8.55%) 낮은 4,923.47이었다. 코스피가 장중 5,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6일 이후 처음이다.

매매가 재개된 뒤에도 매도 물량은 줄지 않았다. 오전 9시 34분께에는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이후 지수는 낙폭을 일부 줄였고, 오전 9시 40분께에는 하락률을 5%대로 좁히며 5,000선을 잠시 되찾기도 했다. 장 초반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1,331억원어치를 팔았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426억원, 86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급락의 진원지는 미국 정치권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이후 AI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쏟아졌다. 샌디스크가 22.26%, 마이크론이 17.46% 폭락했다. 뉴욕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도 13.40% 떨어졌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도 각각 9.2%, 10.6% 내렸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5.52% 떨어진 24,315.00에 마감했다.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시장이 충격을 받은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나스닥은 지난달 세운 사상 최고치보다 10% 넘게 밀리면서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S&P500 지수는 4.36%,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44%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25% 폭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는 반도체 대형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개장 직후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될 만큼 크게 흔들렸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직후 삼성전자는 9.98% 내린 18만1,400원에 거래되며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는 11.71% 급락한 111만6,000원까지 밀렸다. SK스퀘어(-13.47%)와 삼성전기(-14.30%)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47%)과 삼성바이오로직스(-1.71%) 등 시가총액 상위 100위 안의 종목이 모두 내렸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주가 속한 전기·전자가 10.48%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제조(-9.22%)와 의료·정밀기기(-8.14%)가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른 종목은 40여개에 그쳤고, 나머지 800여개 종목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3.98포인트(3.53%) 내린 654.43으로 출발했다. 이후 낙폭이 커지면서 오전 9시 6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나온 17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지수는 장 초반 46.04포인트(6.79%) 내린 632.37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은 4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89억원, 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알테오젠(-7.61%), 에코프로(-5.91%), 에코프로비엠(-8.14%)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는 하루 전인 5일에도 코스피가 5.28% 급락해 5,383.80에 장을 마쳤다. 이틀 연속 급락세가 이어진 셈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규제로 AI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2% 급락하고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7%대 약세를 보인 만큼, 국내 증시가 하락 출발한 뒤 장중에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honggas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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