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2022-09-11 14:12

BTS 병역 관련 ‘정반대 여론조사’ 왜 이런 일이?

스트레이트뉴스, “BTS 병역 의무 ‘찬성 54% vs 반대 40%’” 미디어트리뷴, “국민 67.5%, BTS 대체복무 전환 찬성” 동일한 사안 ‘정반대 여론조사’…질문문항 차이가 문제

현경보

세계적인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문제를 놓고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 보도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달 3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탄소년단 병역 문제 관련 질의를 받고 “참모들에게 여론조사를 빨리하라고 지시했다”며 여론조사를 판단근거로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병역 문제를 여론조사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국방부는 바로 다음 날 “방탄소년단 병역문제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BTS 병역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 5일 인터넷 매체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C&I에 의뢰하여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BTS 병역 의무 ‘찬성 54% vs 반대 40%’”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여러 언론의 인용보도가 뒤따랐다.

그런데 사흘 후 ‘정반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매체 [미디어트리뷴]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하여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 67.5%, BTS 대체복무 전환 찬성”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에도 많은 언론의 인용보도가 이어졌다. 

머니투데이는 “BTS 대체복무, 국민68.5%가 찬성…엊그제는 54%가 반대라더니”라는 제목으로 며칠 전과 ‘정반대의 여론조사’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동일한 사안은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인데 왜 이렇게 다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보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나 조사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조원C&I와 리얼미터 두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BTS 병역 관련 여론조사의 질문지를 비교해 보았다.

조원C&I 질문지

Q. 최근 가수 BTS 즉 방탄소년단의 병역 관련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다음 의견 중 무엇에 공감하십니까? 

1) 본인들 의향도 있어 병역의무를 다해야 한다                                           

2) 국익을 위해 병역 혜택을 주어야 한다   

3) 잘 모르겠다

리얼미터 질문지

Q. 귀하께서는 BTS의 병역을 대체복무로 전환하는 것이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1) 매우 동의한다

 2) 어느 정도 동의한다 

 3)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4)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5) 잘 모르겠다

위의 질문들을 비교해 보면 먼저 질문의 초점이 다르다. 

조원C&I는 “병역 의무냐 병역 혜택이냐”를 물어보고 있는데 비해, 리얼미터는 “병역 대체복무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병역 의무냐 혜택이냐에 초점을 맞출 경우 ‘병역 의무’ 쪽으로 응답이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당위성과 사회적 바람직함’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 때문이다.

또한 조원C&I 질문에서 보기문항 1번을 보면 “본인들의 의향도 있어~”라는 수식 문구도 다소 응답을 유도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본인들 의향도 그렇다는데…”라는 뉘앙스가 응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원C&I의 질문에  비해 리얼미터의 질문과 보기 문항은 응답에 미묘한 영향을 줄 만한 수식어도 없고 보기문항도 정형화된 척도라서 편향(bias) 우려는 없어 보인다.  

다만 리얼미터는 전체 설문 배열에서는 좀 더 신중함을 보였어야 했다.   

BTS의 ‘병역 대체복무 전환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 앞에 ‘BTS의 대체복무시 국위선양문화발전 기여도’를 물어보는 문항을 배치한 것은 대체복무 전환에 대한 동의에 긍정적 응답을 유도할 수도 있다.

앞서 배치한 문항이 BTS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점화(priming)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질문 구성이나 질문의 순서 배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언론 매체들은 앞서 BTS 병역문제 관련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2개 여론조사기관의  질문의 내용이나 초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보도 내용은 ‘찬성 대 반대’ 이분법으로 단순화하여 단정적으로 보도하기 일쑤다.

여론조사 질문의 미묘한 차이와 언론의 단정적인 보도관행이 여론을 얼마나 쉽게 왜곡할 수 있는지 늘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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