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비료 충격이 농업 생산 전반을 강타하면서 세계가 6~12개월 이내에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AFP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FAO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일시적인 해운 차질”이 아닌 “체계적인 농식품 충격의 시작”으로 규정하며, 각국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글로벌 식량 가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FAO는 이번 사태의 충격이 단계적으로 파급된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비료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이는 씨앗 수급 불안과 수확량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 단계의 식품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식품 가격 급등 시기는 올해 말 또는 2027년으로 예측됐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경제학자는 자체 팟캐스트를 통해 “각국의 충격 흡수 역량을 높이고 이 사태에 대한 복원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시장이 기존 비축분에 의존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가 비축량을 초과하면 대규모 공급 부족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란 전쟁의 여파는 이미 실물 지표에 나타나고 있다.
FAO 식품 가격 지수는 분쟁 발발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던 세계 에너지의 5분의 1과 글로벌 비료 공급량의 3분의 1이 막히면서 걸프 지역 비료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을 축소하고 있다.
FAO의 경고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비료 행동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집행위는 19일 영양 관리 개선과 친환경 자국산 비료 촉진, 불필요한 규제 완화 등을 담은 행동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비료 가격을 단기간에 낮출 수 있는 즉각적인 관세 인하 조치는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FAO는 각국 정부에 아라비아반도를 경유해 홍해로 이어지는 대체 육상·해상 통로 확보에 집중하고, 에너지·비료에 대한 수출 규제를 자제하며, 어떠한 무역 제한 조치에서도 인도적 식량 흐름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취약국의 비료 확보를 돕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수단 등 다자간 지원 체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