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이란전 장기화 신호에 코스피 4.47% 추락…한국 경제 ‘직격탄’

“해협으로 가서 스스로 가져가고 지키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가 2일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 오전 10시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전쟁이 아주 곧 끝날 것”이라는 발언으로 시장에 안도감을 불어넣은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시장이 기다리던 종전 선언 대신 강경 발언이 나오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44.65포인트(4.47%) 내린 5,234.05로 마감했다. 전날 8.44% 급등하며 종전 기대감을 반영했던 지수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코스닥도 59.84포인트(5.36%) 급락한 1,056.34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제공)

낙폭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오후 2시 34분과 46분에는 코스닥 시장과 유가증권시장에서 잇따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전날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상승 출발 후 하락 전환해 2.38% 내린 52,463.27로 마감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1.82%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도 각각 0.81%, 1.62% 내렸으며 홍콩 항셍지수도 1.28% 떨어졌다.

이번 충격의 진원지는 단순한 전황 발언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중동산 에너지 의존국들을 향해 “미국산 석유를 구매하거나 직접 군사력을 투사해 해협을 지키라”고 요구한 것이 결정타였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사실상 에너지 안보 부담을 떠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국제유가는 수직 상승했다. 한때 배럴당 97달러대까지 떨어졌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연설 이후 급반등해 배럴당 106.36달러까지 치솟았다. 한때 99달러대였던 브렌트유 현물 가격도 배럴당 108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도 직격탄을 맞았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4원 급등한 1,519.7원을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는 시각을 내놓았다. 정형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협상에서 지연전략을 펼치자 단기적으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발언으로 사료된다”며 “전쟁의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확보하고 있으며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군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번 전쟁은 적들의 굴욕과 항복으로 끝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협상과 강경 발언이 동시에 오가는 상황에서 이란전의 출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아시아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그림자는 당분간 걷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희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