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2023-04-13 20:56

KBS 수신료 납부방식 개선 ‘96% 찬성’은 여론 아니다    

대통령 홈페이지 방문자의 의견은 국민 대표성 없어 물어볼 필요 없는 ‘뻔한 질문’은 의도를 의심해 봐야  

신창운

대통령실이 3월 9일부터 1개월 동안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서 수렴한 국민 의견이 일제히 소개되고 있다. TV 수신료를 전기요금 항목으로 의무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추천(찬성)이 96%로 나왔다고 말이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국민의 뜻을 따를 것이다. 확실하게 손을 보겠다”고 했단다. 

'96% 찬성'이 국민의견 96%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많은 국민들이 찬성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점들이 있다.

첫째,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우리 국민을 대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국민제안 코너를 통해 응답한 사람들 대다수는 대통령 혹은 여당에 좀  더 강한 지지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조사기관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동일 내용의 조사를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각종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여야 지지자들끼리 의견이 크게  나누어질 가능성 높다.  야당 지지자들의 경우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정작 반대 응답할 수 있기 때문에  96%라는 수치가 나올 순 없다는 얘기다.  

둘째, KBS 수신료 분리 징수는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을 묻는 질문으로 실제보다 과장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기 요금과의 합산 역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불합리한 측면 개선이란 점에 대해 반대하기가 쉽지 않은 이슈라서 찬성 응답이 다소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때 하나의 응답 항목에 90% 이상 답변이 몰리면 질문 의도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 당연하거나 뻔한 것, 즉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96% 찬성’이란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즉 거의 모든 국민이 찬성할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질문한 셈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질문은 어쩌면 '부적합한 질문'일 수 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시행되면 1994년 통합 징수 이후 29년 만에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상화로 가기 위한 판단이라면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에 근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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