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다음 달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 추진하면서, 국내 증권가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 45조 4534억 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하겠다고 공시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2.5% 수준이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취득 등 시설투자에 쓸 계획이다.
상장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증권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신고서를 각각 제출한 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미국 현지 시간 7월 10일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4곳이다.
이번 ADR 상장의 최대 기대 효과는 글로벌 자금의 구조적 유입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이 되면 미국 반도체 ETF, AI·기술주 ETF, 글로벌 성장주 펀드 등 편입 통로가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ADR 발행에 따라 마이크론을 보유한 펀드들의 즉각적인 편입이 발생하며 주가의 가파른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밸류에이션 격차 해소 기대도 크다. 일부 증권사 추정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6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4~5.8배에 불과한 반면,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은 현지 시장에서 약 19배의 멀티플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며, ADR 상장을 기업가치 재평가의 절호의 기회로 평가했다.
주가도 이미 기대감을 선반영하는 흐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연초 이후 상승률은 324.58%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 상승률 195.25%를 크게 웃돌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핵심 쟁점은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이다. 투자자 논란은 크게 주주가치 희석 우려, 소규모 ADR 발행에 따른 유동성 부족 지적, 주주환원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나뉜다.
시장에서는 발행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희석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발행 규모가 기존 상장주식 수의 약 2.5% 수준에 그쳐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은 ADR 상장 이후 늘어날 해외 투자자 풀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의 주주환원책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희석 우려는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도 병행된다. 해외 투자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거래량과 수급 규모가 커지고, 실적과 업황 전망 변화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어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이른바 ‘역유입 리스크’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ADR 가격이 한국 주가보다 낮아질 경우, 투자자들이 차익을 노리고 ADR을 반납한 뒤 한국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외용으로 묶여 있던 물량이 국내 유통 시장으로 유입돼 추가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시장 일각에선 지적한다.
과거 국내 기업의 ADR이 미국 시장에서 할인 거래된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미국 투자자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여전히 경기 민감 업종으로 인식할 경우 기대만큼의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외신도 이번 상장의 규모에 주목했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붐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부상했다며, 이번 ADR 규모가 과거 알리바바의 218억 달러(약 32조 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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